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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Italy

비현실적 풍경, Seceda - 돌로미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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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알프스에 관심이 커져 돌로미티에 대해 서치를 하던 중 한 장의 사진이 우리 눈길을 사로잡았다.

넓고 푸르른 초원 , 수직으로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산봉우리, 그리고 마치 하늘에서 도끼로 바위들을 힘차게 찍어내려 한 면이 잘려나간 듯 누워있는 봉우리의 사진이었다.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듯 비현실적인 풍경이 마음을흔들었다.

여기는 꼭 가봐야 겠구나...그리고 몇 달 후, 남편과 난 돌로미티로 떠났다. 

 

사진 속 그 풍경이 바로 세체다 Seceda다. 

세체다는 첫날 걸었던 오들레 산군 Odle Group의 끝자락에 있는 산이다. 정상의 봉우리가 2,519m로 그리 높지는 않으나, 바로 그  독특한 형상으로 유명하다. 트레치메(Tre Cime)와 함께 돌로미티에서도 가장 인기 높은 하이킹 코스로 손꼽힌다.

 

우리가 오르티세이에 도착한 이틀 후(6월15일)부터  세체다로 가는 케이블카가 운행을 시작했다. 이곳 리프트들은 스키시즌이 끝나면 한동안 쉬었다가 대개 6월이 돼야 여름철 하이커들을 위해 운행을 재개한다. 오픈 첫날,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세체다를 만나러 갔다. 세체다의 강렬한 충격으로 시작되는 세체다 하이킹은 Odle, Sassolungo, Sella 산군으로 둘러싸여 걷는 내내 감동이다. 트레일 길이 약 9km, 표고차(elevation gain) 180m, 난이도는 easy.

 

한번 보고 가기가 아쉬워, 발 가르데나를 떠나기 전 다시 한번 세체다를 찾았다. 날씨 화창한 날, 한층 여유를 가지고 눈과 카메라에 그 풍경을 담았다. 세체다는, 하나하나 모두 주옥같은 돌로미티의 트레일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곳으로 남아있다.  

 

 

세체다행 케이블카 타러 가는 길
작은 케이블 카를 타고 Furnes까지 간 후 여기서 다시 세체다로 가는 큰 케이블카로 갈아타게 된다.  
오르티세이 마을이 까마득히 멀어진다. 케이블카로 2500m까지 올라간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십자가가 있는 파노라마 포인트로 올라가면서 이미 삐죽삐죽 솟은 봉우리들이 보인다. 불과 10분 걸어서 세체다 봉우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것부터 놀랍다. 
워낙 인기가 높은 곳인데다 케이블카 오픈 첫날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많은 방문자들이 모여 있다. 각기 가장 좋은 각도에서 봉우리를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세체다 정상의 Fermeda봉을 비롯해 수직으로 뻗은 봉우리들과 깎아지른 듯 기묘한 형상의 봉우리들. 
자리잡고 앉아, 눈 앞에 펼쳐져 있는데도 여전히 비현실적인 이 봉우리들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하이킹을 하기 위해 세체다 쪽으로 방향을 돌리니 마침내 사진 속 바로 그 풍경이다. 도끼로 한 면을 잘라낸 듯한 봉우리의 한쪽은 깎아지른듯한 수직 암벽이요, 다른 한쪽은 그린 카펫을 깔아놓은 듯 더 없이 평화로운 초원, 두 얼굴의 절묘하고 아름다운 조화. 
그린 카펫 위로 나있는 트레일을 따라 걷는다. 
두번째로 세체다를 찾은 날은 아예 초원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우리를 불러들인 이 경이로운 자연속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고산준봉들과 알파인 메도우, 들꽃들...눈 돌리는 데마다 놀라운 풍경들이 360도로 펼쳐진다. 여러 갈래의 트레일이 나있고 모든 길은 이어진다. 

 

 

하이킹 중 만난 다양한 야생화들

 

세체다 봉우리를 지나 사소룽고의 전망을 바라 보면서 경사진 언덕을 오른다.
한참 걸으니 초원 속의 산장 Malga Pieralongia Alm이 나온다. 점심 먹기에 좋은 위치지만, 자리가 다 차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앞에는 마치 당나귀 귀 처럼 뾰족 나온 쌍둥이 바위가 특이하다. 이 날은 보지 못했지만, 이 주변에 실제로 당나귀나 말이 많이 돌아다닌다고. 

 

고원 위로 솟은 멋진 바위들 사이로 트레일이 계속된다.
허기도 지고 갈증도 날때쯤 반가운 산장 Rifugio Firenze가 나온다. 오들레 산군과 사소룽고 등 고산들의 파노라믹 전망을 볼 수 있는 hut이다. 멋진 전망 속에서 맛있는 점심과 시원한 맥주 한잔 그리고 고단한 다리를 풀어주는 잠시의 휴식. 돌로미티 하이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Col Raiser로 가는 길, 연봉 속에 들어앉은 근사한 전망의 또다른 산장이 보인다. 

돌아올 때는 Col Raiser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S. Cristina 마을로 내려갔다. 세체다 하이킹은 Rifugio Firenze을 지나 다시 오르티세이로 가는 케이블카로 돌아가는 방법, S. Cristina에서 출발해 우리가 간 역순으로 걷는 방법 등 여러가지 옵션이 있고 루트도 여러가지다. 선택에 따라 하이킹 거리는 7~12km 정도. 어느 루트를 택하든 그 감동은 마찬가지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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