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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Italy

사랑스러운 산간마을 오르티세이 - 돌로미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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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의 하이킹 루트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포인트가 한곳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진 데다가 지역마다 제각기 독특해 가고 싶은 곳들이 너무 많다.

많은 하이커들이 선택하는 루트는 돌로미티 트레킹을 위해 조성된 알타비아 Alta Via('high route'라는 뜻)를 따라 걷는 것는다. 돌로미티만이 가진 최고의 시스템, rifugio(산장)에서 숙박하면서 걷는, 'hut to hut' 트레킹이다. 알타비아는 #1에서 #8까지 8개 코스가 있으며 #1이 난이도가 가장 낮고 가장 인기가 많다. 쉬운 코스부터 via ferrata라 불리는 암벽등반 수준 코스까지 포함된다. 보통 코스마다 6일~13일에 걸쳐 가이드와 함께 또는 개인적으로 걸으면서 돌로미티 트레킹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무거운 배낭을 메고 며칠간 고 난이도 수준의 코스를 걸을 수 있는 체력은 기본. 

 

무거운 배낭도 무리지만, 난이도 중간 정도의 트레일을 여유있게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과 내겐 알타비아 트레킹은 맞지 않을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했다. 우리에게 맞는 코스를 걷는 대신 가능한 한 며칠이라도 rifugio에서 숙박하면서 산장 체험을 해보는 것으로 일정을 짰다. 

 

우리가 돌로미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곳은 발 가르데나 Val Gardena 지역. 이 일대는 특히 사소룽고 Sassolungo/Langkofel (3,181m)의 산자락 아래 알파인 메도우가 푸른 물결을 이룬다. 설산과 어우러진 초원 풍경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최고의 선택이었다. 

 

Val Gardena 하이킹 맵

발 가르데나 계곡에 위치한 사랑스러운 마을 오르티세이 Ortisei/St. Ulrich에서 8일간 머물면서 주변 산들을 하이킹 했다. 오르티세이는 해발고도 1,230m, 인구 5,500명의 산간 마을.  발 가르데나에는 오르티세이와 산타 크리스티나 Santa Cristina, 셀바 Selva di Val Gardena 등 3개 마을이 있다. 셀바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며 산타 크리스티나는 가장 작다. 

 

마을을 가르는 가르데나 강 Rio Gardena을 중심으로 양쪽에 터 잡은 오르티세이는 서부 돌로미티 여행의 거점 마을. 겨울철에는 총 연장 60km가 넘는 스키 슬로프를 갖춘 스키어들의 세상이지만, 여름철에는 알파인 메도우로 변신해 하이커와 마운튼 바이커들의 천국이 된다. 발 가르데나와 주변 알페 디 시우시 Alpe di Siusi 지역에 다양하게 펼쳐진 '꿈의 트레일'들까지 리프트나 버스로 쉽게 연결된다. 

 

버스를 타고 처음 오르티세이에 내린 순간부터 깔끔한 거리, 파스텔조 상가 건물들로 예쁜 마을이 마음에 쏙 들었다.
상가와 호텔, 레스토랑 들이 모인 마을의 중심가. 다른 마을로 오갈 때 이 앞에서 버스를 타게 된다.
전통적으로 나무를 깎아 만든 wood carving으로 유명한 마을 답게 곳곳에 멋진 목공예품들이 보인다.

 

시내에 있는 St. Jacob 성당 내부

외딴 산간마을에 불과했던 오르티세이가 외부 세계에 널리 소개되고 방문객들이 증가한 것은 1860년대 주요 지역과 연결되는 철도가 건설되면서부터. 이를 계기로 영국인들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독일인들의 발길이 빠른 속도로 늘고, 이 지역 전통산업이던 우드카빙 wood carving이 더욱 번성하게 됐다. 지금도 이 지역 경제는 여름철 하이킹, 겨울철 스키 그리고 우드카빙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특히 발 가르데나 지역에는 지금도 원주민 라딘족의 후손들이 많이 산다. 고유언어 라딘어(Ladino) 사용자가  84% 이상이고, 독일어 9.3%, 이태리어 사용자는 6.5%에 불과할 정도.

 

8일간 머물렀던 숙소에서 바라본 전망. 집 앞으로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창밖으로는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매일 볼 수 있어 너무 즐거웠다. 알프스의 목가적인 마을 풍경 속으로 우리가 쏙 들어간 느낌.
집에서 마을로 나가는 이 길에서 꽃들과 소들까지 반겨주는 정담 넘치는 오솔길이다. 여기 머무는 동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 됐다.

 

오르티세이에서 머무는 동안 주변의 다른 마을 카스텔로또 Castelrotto에 잠시 다녀왔다. 언덕위에 우뚝 솟은 이 Parish Church는 마을의 랜드마크.

 

카스텔로또에 이어 돌로미티 인근에서 가장 큰 도시 볼차노 Bolzano에 들러봤다. 중심거리 마켓에서 친구를 만난듯 상점 주인과 수다 중인 남편~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땅이지만, 음식 문화가 달라 피자를 찾기 힘들다. 하이킹 하면서 점시 먹으러 들른 산장 어디에도 파스타는 많아도 피자는 없었 다! 피자를 좋아하는 남편이 볼차노의 레스토랑에서 피자를 보고 반색, 푸짐한 피자를 시켜 모처럼 '정통 이탈리아' 점심을 먹었다.

 

평범한 건물이 벽과 유리창에 그려넣은 그림들로 이렇게 예쁘게 변신했다. 아주 작고 평범한 지하도 벽도 그림하나로 화사해졌다. 시골 동네의 한 귀퉁이에서도 수시로 마주치는 이탈리아인들의 센스에 감탄하곤 한다. 

 

**발 가르데나 지역 하이킹을 하려면 리프트(케이블카, 체어 리프트)가 필수다. 2,000~3,000m 높이의 산들을 걷는데, 일단 리프트를 타고 높은 지역으로 이동해 하이킹을 시작하므로 가장 효과적으로 최고의 전망을 즐길 수 있기 때문. 이 지역에는 모두 16개의 리프트가 운행된다. 가르데나 카드 Gardena Card를 구입하면 기간 안에 무한정으로 리프트를 탈 수 있다.  가격은 6일간 98유로, 3일간 73유로(2021년 가격). 우리도 6일 카드를 구입, 매일 이용했다. 대부분 6월 중순부터 오픈하므로 가기 전 날짜를 잘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우리는 6월 13일 도착했는데 운 좋게도 그 날부터 하나 둘 오픈하기 시작했다. 

 

**관광국에서는 이 지역 호텔 등 관광국 등록 숙소 이용자들에게 체류기간 동안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Mobile Card를 무료 제공한다. 우리처럼 버스로 이동하는 경우 매우 편리하다. 

 

**숙소는 관광국 공식 웹사이트 www.valgardena.it를 통해 예약했다. 호텔, B&B, 아파트먼트 등 다양한 숙소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예약은 대부분 이메일로 신청해야 한다. 숙소뿐 아니라 지역 소개, 하이킹, 버스와 리프트 등 모든 다른 정보 들도이 사이트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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