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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Italy

돌로미티의 심볼, Tre Cime di Lavaredo -돌로미티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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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에서 가장 잘 알려진 봉우리 트레치메 Tre Cime di Lavaredo/Drei Zinnen. 돌로미티의 심볼이라 할 수 있는  트레치메를 한 바퀴 도는 트레일은 이곳을 찾는 하이커들이라면  반드시 거쳐가는 최고의 인기 하이킹 코스다. 

 

'Tre Cime'는 'Three Peaks'라는 의미로 이름 그대로 3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거대한 암봉군. 3봉 중 가장 높은 Cima Grande는 해발고도 3000m에 이르고 그 바위 높이 568m에 달한다니 왠만한 산 높이다. 세 바위의 모습이 워낙 웅장하기도 하지만 각각의 바위가 갖춘 완전한 형상이 경이롭다.  

 

1차대전 때까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국경이었던 트레치메는 이후 이탈리아로 편입, 현재는 South Tyrol주와 Veneto주 경계에 있다. 곳곳에 격전지의 참호와 동굴, 방공호, 기념비 등이 남아 있다.  

 

트레치메를 가운데 두고 한 바퀴를 도는 동안 각기 다른 각도에서 이 봉우리들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트레일의 묘미. Auronzo-Lavaredo-Locatelli 등 세 산장을 지나기 때문에 hut to hut 하이킹의 루트로도 인기다.

트레일 거리는 10.3km, elevation gain 400m. 난이도는 moderate/difficult. 전반부는 넓고 평이하나 후반부는 바위길과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 만만한 길은 아니다. 그래서 전반부만 걷고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아, 초반 트레일은 특히 붐비므로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갔을 때는 마침 사하라 사막  열풍이 온 유럽을 휩쓸기 시작할 때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거의 3만보를 걸으며 녹초가 됐지만, 가장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은 트레일이다. 

 

 

아침 8시쯤 아우론조 산장을 출발해 하이킹에 나섰다. loop 트레일이므로 어느 방향으로나 걸어도 되지만, 대부분 시계 반대방향으로 걷는다. 트레치메를 왼쪽에 두고 걷는 이 방향의 뷰가 더 좋기 때문. #101 트레일의 첫 부분은 넓고 평평하다.
거대한 봉우리 바로 아래로도 트레일이 있다. 
자그마한 교회당 Cappella degli Alpini를 지난다. 
라바레도 산장 Rif. Lavaredo (2344m)을 지나 Forcella Lavaredo(2454m) 도착. 처음으로 트레치메의 삼봉이 모두 시야에 들어온다. 아직은 완전히 분리된 모습은 아니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은 하이커들이 많지 않고 조용하다. 

 

곧 빨간 지붕의 로카텔리 산장 Rif. Locatelli/Dreizinnenhütte가 눈 앞에 나타난다. 
이제 완전한 모습의 거대한 삼형제 봉우리가 시야를 압도한다. 왼쪽으로부터 Cima Piccola(little peak, 해발 2857m), Cima Grande(big peak, 2999m), Cima Ovest(western peak, 2973m). 바위 높이(prominence)만 568m, 어지간한 산 높이다.

 

3봉 중 가장 높은 Cima Grande의 첫 등정은 1869년 8월21일 Paul Grohmann과 2명의 가이드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어 정확히 10년 뒤인 1879년 8월21일 Michel Innerkofler가 Cima Ovest 초등에 성공하고, 세 봉우리 중 가장 난코스인 Cima Piccola는 이보다 2년 늦은 1881년 7월25일 Michel과 Hans Innerkofler가 처음 오른 것으로 기록된다.

Cima Grande 북벽(north faces)은 90도로 깎아지른 수직암벽으로 알프스를 찾는 암벽등반 고수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북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33년 Emilio Comici가 2박3일에 걸친 사투 끝에 초등에 성공했다.

 

 

로카텔리 산장(2405m) 도착. 
로카텔리 산장에서 바라본 트레치메. 최고의 각도에서 트레치메를 조망할 수 있는 바로 이 전망이 로카텔리 산장이 누리는 명성의 비결이다. 아쉽게도 우리가 온 날 바로 이틀 뒤에야 오픈했다. 산장은 닫았지만, 열려 있는 패티오에 앉아 쉬면서 전망을 감상했다.    
산장 뒤의 산에서 내려다본 로카텔리. 그 뒤에 우뚝 솟은 Monte Paterno와 트레치메의 환상적인 조화.
산장 뒤의 산에 오르면 1차대전때 참호로 사용되던 여러 개의 동굴이 있다. 동굴에서 바라보는 트레치메는 더욱 장관이다. 

 

로카텔리 산장 아래에 있는 호수 Laghi dei Piani로 내려가 봤다. 2개 호수가 8자형으로 붙어 있는 쌍둥이 호수. 
 수정 처럼 맑은 물과 바위 산들의 절경 속에 호숫가를 한 바퀴 돌았다.
 마치 삼형제 처럼 나란히 선 세 바위의 절묘하고 완벽한 조화. 걷다가 트레치메를 감상하기 좋은 베스트 스팟을 발견, 대자연의 경이로운 조각품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산장을 지나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트레치메의 서쪽으로 룹 트레일을 완성할 수 있다. 우리는 계속 전진~ 이제 평평한 길은 끝나고 좁은 바위길로 바뀌며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마침 유럽을 휩쓴 폭염이 시작돼 한증막 같은 날씨에 물까지 떨어져 목이 타들어 갈때쯤 나타난 시냇가.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난듯 얼마나 반가운지. 빙하가 녹아 얼음처럼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니 더위가 싹 가신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작렬하는 태양 아래 가장 심한 경사의 오르막길을 오르며 다시 땀투성이로...오후가 되니 하이커들의 행렬이 엄청 길어졌다. 

 

한참을 걸어 오르면 트레치메가 바로 손에 잡힐 듯 눈부신 장관이 길을 따라 이어진다. 후반부 트레일의 백미다.

 

더위와 갈증에 지칠 때쯤 반가운 Malga Langalm 건물이 보인다. 하이커들로 붐비는 식당에서 간신히 패티오에 자리를 잡고 한참 줄을 서서 세상에서 가장 짜릿하고 시원한 맥주와 늦은 점심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돌아올 때는 105번을 따라 트레일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들른 Forcella del Col de Mezzo 뷰포인트. 멀리 Cadini di Misurina와 미수리나 호수가 보인다. 여기서 아우론조 산장까지 10분 거리이나 우리는 밸리 경관에 빠져 깊숙이 들어가는 바람에 한참을 더 돌다가 남은 힘을 모두 쏟은 후에야 산장으로 돌아왔다.   

 

**아우론조 산장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팅 참조

 

 

미수리나 호수 -아우론조 산장- 돌로미티 14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다음 목적지인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 Tre Cime di Lavaredo로 가는 길에 미수리나 호수 Lago di Misurina에 들렀다. 미수리나 호수 앞에서 트레치메의 관문인 아우론조 산장 Rifugio Auro

primabella.tistory.com

 

트레치메 트레일 맵. 그린 라인은 우리가 더 걸은 루트. 

 

Forcella Lavaredo

 

로카텔리 산장 아래 있는 호수 Laghi dei Piani 

 

Tre Cime di Lavaredo 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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