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 픽스 파노라믹 전망 - 캐네디언 로키 트레킹 5

캐네디언 로키의 수 많은 아름다운 호수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레이크 루이스다. 세계 10대 절경으로 꼽히는 레이크 루이스는 물론 아름답지만,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호수는 모레인 레이크다. 20년 전 처음 로키를 방문해 이 호수를 본 이후 '로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모레인이 됐다. 깊고 푸른 호수의 신비한 빛깔과 울창한 침엽수 숲 그리고 무엇보다도 뒤에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10개의 산봉우리, 텐 픽스 Ten Peaks가 어우러지는 모습은 언제봐도 환상적이다.   

 

몇 년 전 가을에 모레인 레이크에서 출발하는 라치밸리 Larch Valley 트레일 하이킹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텐 픽스와 황금빛으로 물든 라치트리 사이를 걸으며 로키에 푹 빠졌었다. 아이플 레이크 Eiffel Lake 트레일은 이보다 더 가까이, 텐 픽스 바로 아래를 걸으면서 10개 봉우리들의 파노라믹 전망을 보며 걸을 수 있는 곳이다.

트레일의 거리는 왕복 11.2km, 표고차 370m, 난이도 moderate. 

 

모레인 레이크 주차장에서 출발해 트레일 입구부터 오르막이 시작돼 계속 지그재그로 경사진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일단 오르막을 통과한 다음 나머지 길은 평탄하고 걷기 좋다. 트레일의 끝부분이 바위길이고 험한 부분도 있으나 힘든 구간은 없다. 들꽃이 만발한 초지와 숲을 지나 아이플 레이크에 도착하기 까지 걷는 내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텐 픽스의 장관이 숨막히도록 아름답다.

산봉우리 아래 오롯이 들어앉은 아이플 레이크는 호수 자체는 작고 평범하다. 그러나 10개의 눈부신 봉우리들로 인해 가장 특별한 풍경을 간직한 호수가 된다.  

 

 

해발고도 1,884m의 높은 곳에 위치한 모레인 레이크. 뽀족한 산봉우리, 푸른 호수, 하늘을 찌를듯한 침엽수...캐네디언 로키의 모든 것을 하나에 담은 풍경이다. 아직 아침인데도 워낙 청명한 날씨라 햇빛을 받아 벌써 푸른 빛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산에서 녹은 빙하 암석의 입자가 호수로 흘러 들어가서 깊고 푸른 호수 빛깔이 만들어진다.

 

모레인 레이크 일대는 곰이 많이 출몰하는 지역이라 4명 이상그룹이 함께 출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크 시즌인데다가 날씨가 너무 좋은 탓에 등반객들이 줄을 지어 오르니 무조건 그룹이 형성된다. 트레일 시작부터 숲속으로 난 지그재그 스위치백이 계속되면서 숨이 찰 정도로 고도가 높아지다가 2.4km 지점에 아이플 레이크와 라치 밸리 갈림길 표지판이 나온다. 우리는 아이플 레이크 쪽으로 계속 전진.

 

계속 오르다가 숲을 벗어나면 웅장한 텐 픽스의 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한층 가까운 곳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봉우리들을 보며 걷는다. 멀리 오른 쪽으로는 뽀족 솟은 아이플 피크 Eiffel Peak(3,084m)가 보인다.

 

눈 앞에 우뚝우뚝 솟은 텐 픽스의 파노라믹 전망을 감상하기 위해 수시로 발걸음을 멈추고 쉴 수밖에 없다. 가장 왼쪽 꼭대기에 빙하가 덮인 봉우리 Mt. Fay부터 10개 모두 3.000~3,400m의 준봉들이다.

 

 

 

바위틈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들꽃들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너무나 맑은 하늘 덕에 아이플 레이크 뒤로 10개의 봉우리들이 모두 완벽하게 모습을 드러낸채 도열해 있다. 호수 위는 큰 바위들로 덮여 앉거나 햇살아래 눕기에도 최고다. 이 바위에서 도시락도 먹고 쉬기도 하며 세상에서 멀리 떠나온듯 비현실적인 풍경에 푹 빠져서 몇 시간을 보냈다.

 

칩멍크와 마못은 로키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동물이다. 귀여운 칩멍크는 겁이 없어 사람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온다.

 

이 트레일은 여기까지지만, Wenkchemna Pass로 가는 트레일이 계속 이어진다. 험한 바위 사이를 올라 4.4km를 더 가는 난이도 difficult의 트레일로, 그곳으로 오르는 트레커들도 많이 보인다. 'Wenkchemna'는 여기 원주민말로 10이라는 뜻. 즉 10 peaks를 뜻한다.

 

호수를 떠나 돌아가는 길. Mt. Fay에 쌓인 빙하가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