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anada /Canadian Rockies

Plain of Six Glaciers 트레일 - 캐네디언 로키 트레킹 4

반응형

레이크 루이스 Lake Louise 캠프 그라운드에서 3일간 캠핑을 하면서 레이크 루이스와 모레인 레이크 Moraine Lake에서 출발하는 2개의 긴 트레일을 걸었다. 로키에서 걸은 모든 트레일들이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전망을 지닌 트레일이 바로 이 두 곳이었다.   

 

Plain of Six Glaciers는 레이크 루이스 주차장에서 출발, 호수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Mt. Victoria 빙하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는 트레일이다. 트레일 전반부는 완만한 경사를 오르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좁고 경사가 제법 심해진다. 산중에 있는 Tea House까지 왕복하는 트레일 거리는 왕복 10.6km, 표고차는 370m, 난이도는 moderate. 여기서 상당히 가파른 길을 1.5km 더 올라가 빙하 전망을 더 가까이 감상할 수도 있다.(표고차 50m 추가)

 

이 트레일을 걸으면 세계 10대 절경 중 하나인 레이크 루이스 호반 풍경에서 시작해 걷는 내내 Mt Lefroy(3,423m)와 Mt Victoria(3,354m)의 웅장한 설산과 빙하의 장관에 빠지게 된다. 눈 앞에 설산을, 뒤로는 푸른 호수를 보며 걷다가 산중의 티 하우스에 들러 쉬면서 아름다운 전망 속에서 맛있는 점심도 먹을 수 있으니 이 또한 등산객이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닐 수 없다. 

 

페어몬트 샤토 호텔 앞에서 모든 사람들이 호수 건너로 바라보는 산, 빅토리아. 오늘의 트레킹 목적지는 바로 저기다. 

 

주차장에서 부터 호숫가를 따라 끝까지 2km를 걸으면 북적대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한결 조용한 트레일 입구로 접어든다. 조금 걷다 보면 숲길 왼쪽으로 우뚝 솟은 설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7월 말인데도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이 동굴을 형성한다.

 

트레일의 군데군데에 이렇게 아직 눈이 쌓여 있어 눈 위를 지나야 한다. 눈부신 햇살을 받아 왼쪽 Mt Lefroy와 그 뒤 Mt Victoria에 덮인 빙하가 한층 선명하게 빛난다. 

 

완만한 경사의 전반부를 지나면 길이 좁아지고 경사도 제법 심해진다. 저 뒤로 레이크 루이스가 점점 작아진다.  

 

마지막 가파른 경사를 오르면 숲 속에 휴식할 수 있는 벤치와 Tea House가 기다리고 있다. 이곳이 5.3km 트레일의 끝이다. 그러나 많은 트레커들은 좀더 높은 곳에서 전망을 즐기기 위해 더 올라 간다. 우리도 내려올 때 티 하우스에 들르기로 하고, 잠시 앉아 숨을 고른 후 다시 길로 나섰다. 

 

고산 지대에 피어난 들꽃들

 

가파른 바위길을 올라 Mt Lefroy 와 Mt Victoria 사이의 크레바스를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Abbot Pass 전망대에 닿았다. Mt Victoria를 덮고 있는 빙하도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멀리 바라 보던 바로 그 빙하!  

 

여기서부터 바위로 된길은 아주 좁아지고 험해져 여기까지 걷고 내려가는 사람들도 많다. 바위 길이 경사가 심하긴 했지만 별로 위험해 보이진 않았고, 무엇보다 기막힌 빙하 풍광에 이끌려 계속 올라가 봤다. 

 

Abbot Pass의 빙하가 바로 눈 앞에 펼쳐진다. 빙하 꼭대기를 자세히 보면 점처럼 보이는 곳이 abbot hut이다. 1922년 건설된 오래된 산장으로, 지금도 캐나다 알파인 클럽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산장까지 등반하는 코스는 요흐 국립공원 쪽에서 접근하는 안전한 루트가 있다. Abbot Pass는 눈사태와 정상 부근에 숨겨진 크레바스의 위험 때문에 등반가들에게 '죽음의 트랩'으로 불린다.

 

헉헉대며 오르다 보니, 마침내 트레일의 끝이다. 힘든 만큼 보상받는 전망이다. 

 

 올라갈 때는 빙하 경관에 취해 겁 없이 올라갔지만, 내리막 길은 아찔하다. 바람은 엄청나고 경사가 심해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구를 것 같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조심조심 가장 경사 심한 구간을 무사히 내려와 다시 티 하우스로 향했다.

 

티하우스가 꽉 차서 약 20분을 기다린 끝에 전망 좋은 자리를 잡았다. 분위기 못지 않게 홈메이드 수프와 빵 맛도 좋다. 1927년 건설된 티 하우스는 한 가족이 60년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호숫물로 차를 끓이고 프로페인 스토브로 그날의 음식을 만든다. 시즌 초반에 밀가루, 설탕 등 필요한 물자를 헬기로 공급 받으며 추가로 말이나 직원들이 재료를 실어 나른다. 6월말이나 7월초~9월말이나 10월 초까지만 오픈하며, 크레딧 카드를 받지 않으므로 미리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허기도 채우고 다리도 쉰 후 올라갈 때와는 또 다른,  호수 풍경을 보며 내려가는 길. 호수의 푸른 빛이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마침내 호수 도착. 인파 속에 있으니 방금 떠나온 그 곳이 갑자기 아득하게 먼 세상 같이 느껴진다. 
한적한 곳애 앉아 잠시 그곳을 조용히 바라봤다. 좀 전의 감동이 다시 생생하게, 그리고 마치 친구처럼 친숙하게 다가온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