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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Italy

돌로미티 하이킹 출발, Adolf Munkel 트레일 - 돌로미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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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이탈리아어 Dolomiti, 영어 Dolomites)

 

3주간의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 하이킹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보이는 풍경마다 가슴이 설레었고 하루하루가 걷는 기쁨으로 채워졌다. 많이 걸을 땐 산길을 20km 씩 걷고도 자고 나면 피로가 사라지고 새로운 에너지가 넘쳐났다. 2019년 6월 3주간의 하이킹에서 돌아오자마자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다시 달려갈 날을 꿈꿨다. 전세계에 불어닥친 펜데믹 탓으로 예상치 않게 그 기대가 무산되고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가지 못하는 대신, 이리저리 일에 치여 그동안 미뤄두었던 여행기록이라도 남기기로 했다. 

 

돌로미티에는 높이 3,000m 이상의 산봉우리가 40개, 빙하 41개가 있다. 여기에 초보 수준부터 암벽등반 수준인 via ferrata에 이르기까지 전 지역을 촘촘이 잇는 기막힌 하이킹 코스가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가장 높은 산은 마르몰라다 Marmolada (3,343 m). 융프라우, 몽블랑 같은 스위스나 프랑스 알프스 산들에 비하면 높이는 낮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산봉우리의 향연으로 산세는 더욱 아름답고 독특하다. 고산준봉을 배경으로 넓고 푸르른 알파인 메도우에는 지천으로 피어난 들꽃들이 흐드러진다. 여기에 숙박, 음식, 교통 시스템까지 만족스럽다. 돌로미티가 전 세계 하이커들에게 '드림 데스티네이션'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탈리아의 북부에 위치한 돌로미티는 주로 사우스 티롤 South Tyrol에 속하지만 Belluno, Trento 등 총 3개 주에 걸쳐 있다. 돌로미티라는 이름은 18세기 프랑스 지질학자 Dolomieu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 처음으로 이 산맥과 지형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사람이다. 돌로미티는 2009년 UNESCO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땅이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오스트리아 문화와 매우 가깝다. 언어도 이탈리아어 보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이 훨씬 많다. 통계에 따르면, 사우스 티롤 지역 주민 중 70%가 독일어를 주언어로 사용하고, 25%가 이탈리아, 5%가 라딘어 순이다.  실제로 그곳에 있으면서 이탈리아어 보다 독일어를 훨씬 더 많이 들었다.

역사적 배경을 보면 이해가 간다. 돌로미티 지역은 오래전부터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가 전쟁을 통해 번갈아 차지했다. 1차대전 후 오스트리아가 점령하던 땅을 이탈리아가 다시 되찾으면서 마침내 이탈리아 영토로 흡수됐다.  여기에 원래 이 지역에 살던 라딘 Ladin족까지 모두 혼합돼 독특한 문화를 이룬다. 이 지역의 모든 표지판은 이탈리아어, 독일어 이중으로 표시돼 있으며 라딘어까지 3개 언어로 표시되는 곳도 많다. 여행자들이 가장 헷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도 여행준비하면서 한 언어만으로 이름이 표시된 경우 서치 하는 사이트마다 이름들이 서로 달라 처음엔 몹시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가능한 한 두 언어를 모두 표시하려 한다.  

 

첫 행선지, 아돌프 뭉켈 Adolf Munkel 트레일

 

밴쿠버-뮌헨 공항에 도착한 후 바로 기차를 타고 브레사노네 Bressanone/Brixen에서 돌로미티의 여정을 시작했다. 

작은 마을 브레사노네에서 이틀 밤을 보내며 두 군데 하이킹을 다녀왔다. 첫 출발지부터 예사롭지 않은 돌로미티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첫 행선지는 아돌프 뭉켈은 웅장한 바위가 병풍처럼 늘어선 오들레 산군 Odle/Geisier Group 아래를 걷는 트레일. 돌로미티 최고의 장관을 가진 트레일 중 하나다. 걷는 내내 뾰족뾰족 솟은 3,000m  오들레 산군 (최고봉 Mt. Furchetta, Mt. Sass Regias 각 3,025m)의 전망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총 8.9 km의 Loop 트레일, 엘리베이션 443m. 심한 경사 없이 천천히 즐기며 걷는 쉬운 루트다. 산에서는 대개 흘린 땀만큼 그 보상도 큰 법. 그러나 별로 힘들이지 않고 돌로미티의 가장 아름다운 경관 중 하나를 즐길 수 있어 더 인기 있는 코스다. 

 

브레사노네에서 Val di Funes행 버스를 타고 50여 분 달리니 종점 Zannes에 닿는다. 우리처럼 이 트레일을 걸으려는 하이커들 여러 명이 모두 우르르 내린다.  Malga Zannes(Zanser Alm 해발 1678m) 주차장에서 부터 트레일이 시작된다.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하게 솟은 오들레 산군을 옆으로 끼고 트레일이 시작된다.

 

6번 트레일을 따라 가다가 다리에서부터 35번 아돌프 뭉켈 트레일이 이어진다. 모든 트레일에는 넘버가 달려있고 표지판에 이런 넘버와 시간이 표시돼 매우 편리하다.

 

바위 위 아돌프 뭉켈 트레일 사인이 보인다.

 

트레일은 오들레 산군 북벽을 바라보고 산 허리를 휘감으며 계속된다. 고산준봉 감상히며 잠시 휴식

 

 

웅장한 경관에 취해 걷다보니 갑자기 푸르른 알파인 메도우가 불쑥 눈 앞에 펼쳐진다. 2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 이토록 드넓은 초원이라니... 이 환상적인 풍경을 제대로 즐기 수 있는 리퓨지오(산장) Malga Casnago / Gschnagenhardt-Alm이 우릴 반겨준다. 돌로미티에서의 첫 날 점심으로 완벽한 곳. 마침 야외 패티오의 가장 앞자리가 비어, 운좋게도 산이 가장 잘보이는 최고 명당자리를 차지했다~

 

 

사우스 티롤 지방 음식의 세계에 입문한 날. 난 덤플링+샐러드. 남편은 라비올리. 이탈리아+오스트리아 음식을 합친듯한 이 지역의 독특한 음식에 완전 반해서 여행 내내 즐거웠다. 산 중에서 맥주 한 잔과 함께 하는 그 맛!
음식을 먹는 동안 악사가 연주해주는 음악으로 마치 야외 축제가 열린듯 흥겨운 분위기다.
병풍처럼 늘어선 설산과 푸르른 초원의 기막한 조화. 식사후에는 따스한 햇살 아래 풀밭 벤치에 누워 눈 앞에 펼쳐진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서  달콤한 휴식에 빠져본다. 여행자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가는 길. 여기서 계속 더 걸을 수도 있으나 우린 36번을 따라 하산했다. 한 바퀴 도는 시간은 약 3시간 정도. 그러나 점심식사 후 긴긴 휴식을 취하느라 그 두 배 정도 걸려 출발지로 돌아왔다. 산에서 뿜어나오는 신비한 기를 흠뻑 받으면서 첫 하이킹을 마쳤다. 돌로미티 대장정의 산뜻하고 기분좋은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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