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이탈리아 여행길의 시작과 끝을 프랑스의 두 도시에서 맞았다. 첫 날은 파리 공항에서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에 스트라스부르 Strasbourg에서 하루, 마지막 날은 파리에서 이틀을 보냈다. 파리에서 TGV로 1시간 50분이면 스트라스부르 역에 닿는다.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 북동부 지역 알사스 Alsace 지방의 수도. 이 지역의 비즈니스, 상업, 문화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유럽 의회를 비롯한 다수 유럽 기관들의 소재지이기도 하다. 또 대학도시인 스트라스부르는 학생(20%)과 이민자들로 구성된 코스모폴리탄 도시다.
스트라스부르는 독일의 라인강변 마을들과 너무 닮아, 독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라인강을 사이에 두고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두 나라의 문화와 건축이 혼합됐기 때문. 알사스 지방은 역사적으로 두 나라 사이에서 심한 부침을 겪은 지역이다. 프랑스-프로이센(독일) 전쟁 때 프로이센 영토로 합병됐다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프랑스와 독일에 번갈아 반환, 점령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871년 프로이센의 합병을 배경으로 탄생한 작품이 알퐁스 도데의 유명한 소설 '마지막 수업'이다.
라인강의 지류인 일강 Ill River로 에워싸인 섬에 들어선 스트라스부르의 올드타운, Grande Île은 운하가 흐르는 길을 따라 들어선 목조건물들로 동화속 마을처럼 예쁘다.
특히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인기 지역은 쁘띠 프랑스 La Petite France. 4개의 운하로 둘러싸인 목조주택들은 대부분 16~17세기에 건축된 것이며 14세기 성벽과 타워들도 일부 남아있다. 코블스톤의 좁은 길들에는 야외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이 지역은 원래 어부들, 제분소와 제혁소 노동자들이 살던 빈민가였다. 15세기 매독에 걸린 병사들이 이 섬의 병원에 보내졌고, ‘프랑스 질병’이라는 별명이 붙은 매독으로 인해 'Petite France(작은 프랑스)' 라는 이름이 유래됐다. 한때 철거 위기까지 놓일 정도로 버려졌던 이곳은, 이 섬을 지키고자 했던 일부 예술가들의 저항으로 살아남게 된다. 1970년대에 들어서야 보행자 도로와 강변 인도교가 들어서고 강변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운하와 중세 건축물들의 아름다운 거리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1988년 Grande Île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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