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 시작 이후 계속 한 곳에서 2박~3박 머물며 다소 빠듯하게 이동했다. 이제는 좀 쉬어가야 할 때.
다음 행선지 가르다 호수 Lake Garda에서는 여유있게 5박 일정을 잡았다. 그동안의 피로도 좀 풀고, 본격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할 돌로미티의 일정을 앞두고 느긋한 휴식을 취하고 싶기도 했다.
가르다 호수의 마을들 중 기차로 접근할 수 있는 호숫가 리조트 타운은 데센자노 델 가르다 Desenzano del Garda 와 페스키에라 델 가르다 Peschiera del Garda 두 곳 뿐이다. 우리는 가르다 호수의 수도이며 중심지 데센자노에서 호수와 타운이 모두 가깝고 조용한 동네의 아파트를 렌트해 쉬면서 페리로 주변 호숫가 마을들을 구경했다.
알프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빙하호수 가르다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 길이 52km, 최대 넓이 17km, 최고 수심 346m, 해안 길이가 총 158k 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롬바르디아, 베네토, 트렌티노-알토 알디제 등 3개주에 걸쳐 있다. 크리스탈 처럼 깨끗한 물과 빼어난 풍광으로 이탈리아 북부의 인기있는 휴양지 특히 허니문 여행지로도 사랑받고 있다.
Desenzano del Garda
데센자노의 하일라이트 Porto Vecchio의 풍경들. 'Old port' 라는 의미의 이 항구는 베네치아인들이 건축한 파스텔톤의 건축물들과 보트, 거리에 내놓은 그림들이 아름다운 타운에 생생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레스토랑과 바, 부티크 등이 모여있는 타운의 중심광장 Piazza Malvezzi
11세기에 건축된 데센자노 캐슬 Castello di Desenzano del Garda. 마침 로이 리히텐슈타인 전시가 열린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갔다. 리히텐슈타인은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 팝아트를 대표하는 화가. .
리히텐슈타인의 대표작인 Drowning Girl, Masterpiece. Woman with a Flowered Hat (좌로 부터). 당시 하류 문화로 여겨지던 만화를 회화에 이용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린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미술사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면서 이 화가를 알게 됐는데, 처음 봤을때 만화 같은 스타일에 놀랐고 가장 비싸게 팔리는 작품의 화가들 중 한명이라는데 더 놀랐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여서 전시 첫날부터 찾아갔는데, 의외로 전시장은 텅텅 비어있어서 뜻하지 않게 '황제 관람'의 호사를 누렸다.
성 위 테라스 창을 통해 내려다보는 타운과 호수 뷰도 근사하다.
호숫가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 끝까지 쉬엄쉬엄 걸었다. 아직 5월말인데도 곳곳의 비치에서 선탠을 즐기는 휴양객들이 가득해 완전 여름 분위기다.
Sirmione
코모 호수와 마찬가지로 가르다 호수의 여러 마을들을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페리다. 이중 가장 인기있는 마을 시르미오네 Sirmione를 찾았다..
데센자노에서 페리를 타니 20분만에 시르미오네 마을이 보인다. BC 5-6세기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오래된 지역으로, 호수의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BC 1세기부터 이미 로마와 베로나 귀족들의 휴양지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페리에서 내리면 바로 스칼리제라 캐슬 Castello Scaligero가 눈앞에 보인다. 이 성은 중세 마을 시르미오네로 들어가는 관문과도 같다. 호수로 둘러싸인 성이 마치 물위에 떠 있는 듯 환상적이다. 이 성으로 인해 마을도 마치 육지와 떨어진 섬처럼 느껴진다.
캐슬 입구. Scaligero라는 이름은 성을 건설한 베로나의 Della Scala 가문 이름에서 명명됐다. 13세기에 적을 방어하기 위해 건설됐으며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요새 가운데 하나로 그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성 바로 옆에 있는 교회 Sant'Anna della Rocca
오랜 역사의 흔적을 담은 코블스톤 거리의 예쁜 세라믹 샵들은 구경만해도 즐겁다.
Spiaggia del Prete 비치에서도 성이 잘 보인다. 이 비치에서 부터 호숫가를 따라 아름다운 트레일이 계속 이어진다.
트레일이 끝나는 곳에 세기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가 지내던 집이 있다. 이 노란색의 Villa Callas는 칼라스가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와 만나기 전, 남편 조반니 메네기니와 함께 별장으로 이용한 곳. 옆에는 칼라스의 이름을 딴 공원도 있다.
로마시대의 대규모 거주지가 보존된 카툴로 유적지 Grotte di Catullo.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시르미오니의 명소라 찾아가 봤는데 아쉽게도 쉬는 날이어서 들어가보진 못했다. 이곳이 호수를 향해 가늘고 길게 뻗어있는 반도 끝에 자리잡은 올드타운중에서도 가장 끝부분이다.
하루종일 이 아름다운 마을의 풍광에 취해 돌아다닌 후 떠나는 길, 호수 위에 섬처럼 떠있는 스칼리제라 캐슬이 더욱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