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 지역 중에서도 가장 토스카나 다운 풍경을 담고 있는 곳이 발도르치아 Val d'Orcia 지역이다. 중세의 성채들, 고대부터 형성된 힐탑 마을들, 사이프러스와 올리브 트리, 포도밭이 이어지는 길 그리고 황금빛 들판들. 순수한 자연과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곳, 발도르치아는 2004년 전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몇 년 전 여행하면서 그 아름다움에 빠져 우리를 다시 찾아오게 만든 마을 피엔자 Pienza와 몬테풀치아노 Montepulciano로 향했다. 중세 힐탑타운 피엔자는 '르네상스의 이상향' 이라 불리는 마을. 르네상스 인본주의자로 후에 교황 피오 2세로 선출된 에니아 실비오 피콜로미니가 자신의 고향에 위대한 르네상스의 원리와 철학을 담은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완성된 '꿈의 타운'이다.
토스카나의 3대 명품 와인 중 하나인 Vino Nobile di Montepulciano의 산지 몬테풀치아노는 이번엔 가지 못했다. 피엔자에서 몬테풀치아노로 가던 중 주변 전원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다가 한번 들러봤던 작은 마을 몬티끼엘로 Monticchiello에서 생각지도 않은 사고를 당했기 때문. 잠깐 몬티끼엘로 마을을 보고 돌아와보니 파킹해 둔 차 유리창이 깨지고 백팩이 사라져 버린 것. 잠시 다녀올 생각으로 두고 간 백팩 안에 들어있던 아이패드와 소소한 물품들을 잃어버렸다. 이탈리아가 소매치기로 워낙 악명이 높아 나폴리 같은 도시에선 꽤 조심했지만, 그런 작은 시골에서 도난을 당할 줄이야. 게다가 넓은 파킹장엔 차들도 많고 사람들도 많아 전혀 걱정하지 않았었다. 차량 보험 문제 때문에 경찰 리포트를 받아야 해서 할수 없이 가장 가까운 타운 피엔자로 돌아갔다. 문도 굳게 잠기고 인터폰도 안받는 경찰서 앞에서 황망해 있다가 길을 가던 주민 블레디 라는 남성의 도움으로 결국 리포트를 할 수 있었다. 경찰서가 이미 문을 닫은 상황에서(아직 오후였는데 닫다니 황당) 블레디는 자신의 친구인 경찰을 불러주고, 영어를 못하는 경찰을 대신해 통역을 해준 것은 물론 상점으로 안내해 차유리에 붙일 종이와 테잎을 사는 것까지 친절하게 도와주었다.
어린 딸까지 데리고 긴 시간 우리를 도와준 블레디 덕에, 피엔자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간직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중에 터무니 없는 바가지를 씌우려 들면서 비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한 시에나의 렌터카 직원 때문에 정이 뚝 떨어지긴 했지만).
**이 사건으로 얻은 교훈 세 가지: 아무리 작은 시골 이라도 안심하지 말 것, 파킹은 환하게 잘 보이는 곳에 할 것, 잠깐이라도 차에 귀중품을 두지 말 것.
Pienza
Monticchi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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