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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Italy

알페디 시우시 Alpe di Siusi <스위스/이탈리아 55일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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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텐트밖은 유럽'에서 돌로미티가 나오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봤다. 알 페디 시우시의 푸른 초원과 만발한 들꽃 사이를 걷는 풍경을 보니 그때의 설레임과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났다.  다만 세체다는 전망대만 올라갔다가 금방 내려가 진가를 제대로 못 보여준 것이 아쉬웠고(시간 부족 때문?) 트레치메는 아예 트레일을 걷지도 않고 지나가 버려 좀 황당했다(날씨 탓?). 아무튼 돌로미티의 기억을 상기 시켜준 덕분에 다 잊기 전에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여행 다녀온 지 1년 반 만에 다시 블로그의 문을 열게 됐다. 

 

알페 디 시우시 Alpe di Siusi/Seiser Alm는 돌로미티에서는 물론이고 유럽에서 가장 넓은 고원이 펼쳐져 있어 '돌로미티의 초록빛 심장'으로 불린다. 고원의 넓이는 약 56 평방km로, 축구장 8,000개 크기. 여기에 365개의 농장과 산장들이 들어서 있고, 450km에 이르는 하이킹 트레일이 여러 갈래로 얽혀있다.

 

이번에는 전에 알페디 시우시를 걸으면서 눈에만 담았던 실리아르 Sciliar/Schlern (2564m)로 가는 트레일을 걸었다. 실리아르는 3,000m가 넘는 다른 고산들에 비하면 높지 않지만 사우스 티롤의 상징으로 불리는 산. 우선 그 독특한 형상으로 돌로미티의 가장 인기 있는 포토 스팟 중 하나로 꼽힌다. 또 예부터 강한 파워를 가진 신비한 영산으로 알려져, 여러 전설들이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고. 실리아르 일대는 Sciliar-Catinaccio Nature Park으로 지정돼 있으며 다양한 트레일의 하이킹, 락 클라이밍으로 오를 수 있다. 

 

 

시우시에서 리프트를 타고 콤파치오 Compaccio ❘ Compatsch에서 내리니 푸른 초원 위에 알파카들이 가장 먼저 반겨준다. 드넓은 메도우를 따라 파노라마 (2009m)를 거쳐 실리아르를 향해 올라가는 트레일을 걷기 시작했다. (트레일 7번-2번)

 

독특한 형상의 바위산과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들판을 덮은 노란 들꽃의 선경 속으로 들어간다. 실리아르의 포인트인 오른쪽 끝 뽀족한 봉우리 Santner(2,413 m)는 1880년 첫 등정에 성공한 Johann Santner 이름을 딴 것.

 

 

 

 

 

싱그러운 초록빛 메도우와 따스한 햇살 아래 별처럼 반짝이는 노란 들꽃 위로 굽이굽이 이어지는 트레일. 우리가 가장 그리워하던 바로 그 풍경 속을 걷는다.

 

파노라마를 지나 완만한 오르막을 한참 더 올라, 출발점에서 약 5km 지점에 Malga Sattler(2050m)에 들어갔다. 실리아르 산군의 봉우리 덴티디 테라로사 Denti di Terrarossa의 발 아래 있어 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malga는 잠을 잘 수 있는 refugio와 달리 음식만 파는 곳. 돌로미티를 여행하며 빠질 수 없는 즐거움 하나가 산에서 먹는 사우스 티롤 음식들이다. 감자, 콘, 덤플링, 라비올리가 주를 이루며 수프도 맛있다.

 

좀 더 올라가면 이제 바위가 많아지고 길이 점점 가파라진다. 앞에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들이 실리아르 산군의 Denti di Terrarossa(2657m)다. 이 길로 계속 올라가면 이 산의 능선 Forcella Denti di Terrarossa(2500m)에 도달하며 여기서 유명한 리퓨지오 Alpe di Tires가 지척이다. 콤파치오에서 왕복 14km의 트레일로, 마지막 부분의 심한 경사로 'difficult' 수준이지만 많은 하이커들이 찾는 인기 트레일이기도 하다.

 

사진 오른쪽에 심한 경사의 산길을 올라가는 하이커들이 보인다. 우리는 Forcella 까지는 가지 않고 내려왔다.

 

 

내려올때는 또 다른 트레일을 통해 Denti di Terrarossa를 배경으로 활짝 열린 꽃길 사이를 걸었다.

 

 

 

 

전망을 즐기며 쉬다가 혼자 앉아있던 동네 주민을 만나 같이 내려왔다. 시우시에서 살며 매일같이 주변을 걷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80대라는데 정말 건강하다. 동네 산책로가 돌로미티라니 너무 부럽다!

 

물 나오는 통도 귀여운데다 100% 자연친화적이다. 가끔 이렇게 핸드메이드 공예품을 파는 곳이 보이는데, 물건값은 셀프로 박스에 넣으면 된다. 자연 뿐 아니라 서로 믿고 사는 사람들도 아름답다.

 

콤파치오로 내려가면서 보이는 사소룽고 Sassolungo. 지난번 걸으면서 수시로 봐서 이미 친숙해진 산이다.

 

이 날 트레일을 걸으면서 만난 들꽃들.

 

콤파치오-시우시 사이를 운행하는 곤돌라. 왕복 요금은 26.50 유로.

 

실리아르 산자락 아래 옹기종기 모인 작은 마을, 우리의 보금자리가 있는 시우시가 보인다. .

 

알페디 시우시 트레일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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