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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da /Victoria

고색창연한 성 - Hatley Cas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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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빅토리아에는 두 개의 아름다운 성이 있다.
다운타운 가까이에 있는 유명한 성 크레익다로크 캐슬(Craidarroch Castle))과 로열로즈 대학에 있는 해틀리 캐슬(Hatley Castle)이 그곳.
혹시 영화 'X-Men'을 본 사람이라면 해틀리 캐슬의 풍경이 눈에 익을 지도 모른다. 'X-Men' 2와 3의 주요 배경이 된 곳이기 때문.

 
해틀리 캐슬은 특히 가을에 빛을 발하는 성이다.  불타는 듯한 붉은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모습은 어느 꽃보다도 화려한 풍경을 연출한다.
유럽이라면 흔하지만 캐나다에선 워낙 찾아보기 힘든 고색창연한 성의 분위기 때문에 'X-Men' 시리즈 말고도 'Little Woman' 등 30개가 넘는 영화가 여기서 촬영됐다.



이 저택의 주인은 석탄과 철도사업가이자 BC주 부총독이었던 제임스 던스뮤어. 그는 1906년 일대 광활한 대지를 사들여 15세기 에드워드왕 시대의 성을 복원한 저택을 건축 하도록 했다.
그는 크레익다로크 캐슬을 지은 로버트 던스뮤어의 아들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이주해 온 로버트는 19세기 BC주의 제일가는 부자로 알려졌던 사업가다. 부전자전 이라더니, 아름다운 성을 아내에게 남긴 아버지에 질세라 아들도 가족들을 위한 대저택을 지었다. 이들 부자는 똑같이 아들 2명과 딸 8명을 두었다니 재물복은 물로 자식복도 많아 엄청 운이 좋은 부자다.
18개월에 걸친 작업끝에 완성된 저택에는 침실만 22개, 욕실이 9개다. “비용에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지으라”는 제임스의 명에 따라 벽, 천장, 창문, 플로어 등 모든 부분에 최고급 자재를 사용해 호화롭게 꾸몄으며 조명과 일부 장식은 유럽에서 주문하는 등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다고 한다. 



제임스가 69세로 세상을 떠난 후 딸과 함께 살던 아내와 딸마저 곧 이어 죽자 관리인이 저택을 관리했다. 그러나 대저택과 정원의 관리에 사용되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1940년 이 저택을 교육기관이 사용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붙여 정부에 팔았다.  당시 판매가격은 놀랍게도 불과 7만5천달러였다.


성 앞에는 일본가든, 이탈리아 가든, 로즈가든이 잘 가꾸어져 있다. 던스뮤어 가족들이 살았던 당시엔 정원사만 100명 이었다고 한다.
가이드 투어로 내부를 구경할 수 있지만 밖에서 건물만 보는 것으로도 아쉬움이 없다. 성의 1층에선 결혼식, 피로연이 열리고 정원은 우아한 성을 배경으로 웨딩 사진 촬영하기 좋다. 


담쟁이 넝쿨의 빨간 빛깔이 유난히 아름답다.


정부가 사들인 저택은 로얄로즈 사관학교로 이용되다가 문을 닫고, 1955년 새로 설립된 로열로즈(Royal Roads) 대학이 들어셨다. 이 대학에는 최근 유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해틀리 캐슬이 들어서 있는 일대는 해틀리 파크. 565에이커의 광할한 해틀리 파크는 캐나다의 내셔널 히스토릭 사이트로 지정됐다. 공원은 오래된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연못과 트레일이 있고 새들의 서식지인 에스콰이몰트 라군도 해틀리 파크의 일부다.
 


겨울철에 찾아간 해틀리 캐슬. 담쟁이 덩쿨이 없는 성은 조금 덜 화려하긴 해도 그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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