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터브루넨 밸리를 걸은 다음 날 벵겐알프 Wengernalp -클라이네 샤이덱 Kleine Scheidegg -아이거글레처 Eigergletscher 하이킹에 나섰다. 지난 번 융프라우요흐에서 기차로 내려오다가 바로 아래 역인 아이거글레처역에서부터 뱅겐까지 이어지는 트레일을 따라 걸어내려 온 적이 있다. 빙하와 들꽃이 환상적인 그 길이 눈 앞에 아른거려, 다음엔 반대로 뱅겐 쪽에서 올라가는 트레일을 걸어보는 것이 남편과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이번엔 10월 초 방문이라 들꽃은 기대할 수 없고 날씨가 화창하기만을 고대했다. 다행히 아침부터 청명한 하늘을 보고 운이 좋다 싶었는데, 트레일에 들어서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새벽에 막 내린 새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인 '겨울 왕국'이 눈 앞에 펼쳐진 것. 덕분에 들꽃이 없어도, 그 보다도 더 아름다운 윈터 원더랜드 속을 걷는 최고의 행운을 누렸다.
라우터브루넨에서 기차를 타고 뱅겐 다음 역인 뱅겐알프 역에서 내려하이킹을 시작했다.뱅겐알프(1824m)에서 클라이네 샤이덱(2021m)까지는 약 2.4km, 완만한 경사의 쉬운 트레일이다. 여기서 아이거글레처(2310m)까지 약 2.5km 이어지는 Eiger Walk은 좀더 오르막이 있는 moderate 수준. 우리는 아이거글레처까지 올라갔다가 클라이네 샤이덱으로 내려와 점심을 먹은 후 맨리켄 Männlichen으로 가는 파노라마 트레일을 좀더 걸은 다음 다시 뱅겐알프로 걸어 내려왔다.
걷는 내내 융프라우 지역의 3대 준봉융프라우 Jungfrau(4158m),묀치Mönch(4107m), 아이거Eiger(3970m)가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경관이 눈세상과 어우러져 마치 꿈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연이 주는 깜짝 선물 덕분에 이 날 하이킹은 아마도 다시는 경험하기 어려운, 축복의 산행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