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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Utah, Arizona, Nevada

태고의 신비 간직한 땅, 모뉴먼트 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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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스를 떠나 모뉴먼트 밸리로 향했다.

이번 여행에서 방문했던 곳들 중에서도 미국 서부 황야의 참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가장 인상적인 곳이기도 한 곳이다.

 

정식 이름은 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 나바호 원주민들이 오랫동안 뿌리 내리고 살아온 땅으로 애리조나 동북부, 유타주 남부와 뉴멕시코주 서쪽 일부 지역 일대 1,600백만 에이커에 달하는 나바호 자치구역에 30만명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

 

 

 

아치스국립공원에서 유타주와 애리조나주 경계선에 위치해 있는 모뉴먼트 밸리까지는 US Route 163을 따라 4시간 가량 걸린다.


 

 

 

모뉴먼트 밸리로 가는 도로에서 볼 수 있는 맥시칸 햇(Mexican Hat).

바위 모양이 폭 넓은 망또를 걸치고, 챙이 넓은 밀집모자를 쓴 멕시코의 마리아치(Mariachi)악사와 비슷하다.

 

 

 

 

사막 사이에 곧게 뻗은 163번 국도. 모뉴먼트 밸리가 가까워지면서 붉은 기둥들이 하나 둘 보이더니, 갑자기 거대한 바위 기둥들의 장관이 꿈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알고 보니, 모뉴먼트 밸리 소개 사진에 많이 나오는 포인트가 바로 이곳. 나바호부족공원 입구가 머지 않았다.

 

 

 

163번 국도를 빠져 부족공원 진입로로 들어서니 오른쪽으로 우뚝 솟은 돌기둥이 맨 먼저 우리를 반긴다.

 

끝없는 사막, 게다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불어대는 황사바람이 가뜩이나 척박한 땅을 더욱 황량하게 만든다.
연간 강우량이 약 20cm에 불과한 절대 사막,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이 땅이 나바호 원주민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성스러운 땅이다.

 

 

 

 

'성지' 모뉴먼트 밸리는 전혀 포장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다. 1958년 완성된 인포센터를 겸한 호텔 건물외에는 인간이 손 댄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비포장인데다가 우리가 간 날은 바람이 심해 황사 먼지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같은 황사바람이 부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다고 한다.

 

관광객 중에는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원주민들이 운전하는 지프에 타고 2~3시간에 걸쳐  27km에 이르는 코스를 따라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늘처럼 바람이 거센 날에는 창이 없는 무개(open) 지프보다 차로 돌아보는 편이 더 낳을 것 같아, 우린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달릴 각오를 하고 그냥 차로 돌아보기로 했다.

 

 

 

마치 세 자매가 모여있는 듯한 Three Sisters.

 

이름이 붙은 사암 돌기둥은 모두 11개. 그 중 가장 높은 것은 그 높이가 바닥에서 300m나 우뚝 솟아있다.

입구에서부터 차를 타고 차례로 돌면서 유명한 괴석을 하나씩 구경할 수 있다. 

 

 

 

 

 벙어리 장갑 모양 처럼 생겼다고 이름도 Mitten(벙어리 장갑) Butte.

 

 

 

 

왼쪽은 West Mitten, 그 뒤는  East Mitten의 장갑 한 쌍.

 

 

 

 

돌다보면 군데군데 말을 빌려타고 돌아볼 수 있기도 하며 5월초에서 10월말까지는 풍선 열기구나 소형 경비행기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볼 수도 있다.

미스터리 밸리(Mystery Valley)나 헌츠메사(Hunts Mesa) 등 반드시 가이드를 동반해야만 구경이 가능한 지역도 있다.

 

 

 

 

 

 

 

 

 

붉은 사막의 땅 위에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붉은 암석 기둥들, 가도가도 끝없는 지평선과 휘몰아치는 황토먼지 속의 황량하고 고적한 대지들이 빚어내는 풍경은 기묘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보아온 서부영화의 기억 때문일까, 이 풍경은 그리 낯설지 않다.

존 웨인이 장총을 멋지게 쏘며 추격을 피해 숨가쁘게 질주하던 '역마차', 그리고 서부영화의 영원한 고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황야의 무법자' 등 고전 서부영화 뿐 아니라 '델마와 루이스', '백 투 더 퓨처' 등 많은 영화와 광고의 단골 배경이 된 곳이 이곳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에서 쫓겨 다니던 사람들은 백인들에 패해 밀려난 나바호 원주민들이었다.
1860년대 아메리카인들에 의한 인디언 섬멸작전이 대규모로 진행되면서 당시 벌어진 크고 작은 전투로 나바호의 전사들이 대부분 섬멸되고 1만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포로들이 뉴멕시코 주의 포로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먼 길을 비참하게 끌려간 그들은  협상에서 동부의 비옥한 초지, 포로수용소 인근의 목초지, 그리고 죽음의 사막 모뉴먼트 밸리 세 곳 중 선택권을 갖는다. 나바호족들이 서슴지 않고 택한 곳이 조상들이 점지한 땅으로 선택받은 이곳이었다고.

 

 

 

 

이 때부터 나바호 자치 정부가 이곳을 관리하고 있다.

나바호 전사의 후예들은 이제 관광객들을 지프에 태워 가이드를 하고, 심한 먼지 바람속에서 토속 공예품을 팔고, 자신들의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아 살아가고 있다.

 

 

 

 

이 세상과 문명에서 멀리 떨어져 나온 듯한 귀기 어린 땅의 마력때문이었을까?

쉴 새 없이 불어대는 모뉴먼트 밸리의 숨막힐 듯한 황토바람 속에서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경이로운 풍경에 홀려 쉽게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서성거렸다. 

덕분에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한동안 심한 기침에 시달려야 했다.


 

 

 

호텔 건물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식사를 기다리면서.... 이곳 종업원들은 전원이 나바호 원주민들이다.

음식 맛은 별로였지만, 창문을 통해 모뉴먼트 밸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환상적인 전망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곳...

 

 

 

 

모뉴먼트 밸리를 벗어났는데도 군데군데 돌기둥들이 서 있다.   

 

 

 

 

모뉴먼트 밸리를 떠나 다음 행선지 그랜드 캐년 사우스림(South Rim)으로 가는 길. 

앞 차 번호판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모래바람이 심하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건강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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