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밴쿠버섬 서쪽 땅끝 마을 토피노(Tofino)로 여행 가는 길에 지붕 위에 염소가 산다는 한 마켓에 들렀다.
이곳은 빅토리아에서 북쪽으로 2시간 정도 걸리는 팍스빌(Parksville) 근처 쿰스(Coombs)라는 마을에 있다.
팍스빌은 드넓은 비치가 좋아 가끔 가곤 했는데, 공교롭게 쿰스는 아직 한 번도 안 가본 곳.
나나이모(Nanaimo)를 지나 팍스빌에서 토피노 가는 방향으로 10분 정도만 가면 인구 1,400여 명의 자그마한 마을 쿰스가 나온다.
쿰스의 명물 Old Country Market 간판에는 "Goats on the Roof"라고 써있다.
'지붕 위의 염소'가 이곳을 찾는 관광객, 쇼핑객들에게 최고의 인기상품인 셈.
마켓에 들어서니 마켓의 규모가 의외로 크고 진열된 상품도 식품에서 화구 전문점에서나 파는 캔버스까지
온갖 아이템을 다 갖추고 있어 깜짝 놀랐다. 그 안에는 차와 음식을 파는 카페도 있었다.
더욱 놀라게 한 건 예쁜 천장 장식. 이 작은 마을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이곳이 바로 염소가 사는 잔디 지붕.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옥외 파티오는 점심을 먹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그런데 지붕에 염소가 없잖아? 집 안에 들어가 낮잠을 즐기고 있나?
우리도 마켓 안에 있는 카페에서 랩(Wrap)과 수프, 피자를 사 점심을 먹으며 염소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식사를 다 마치도록 염소가 나오지 않았다.
토피노까지 갈 길이 멀어 염소를 포기하고 그냥 밖으로 나오니,
어~! 이제서야 지붕의 주인 염소 세 마리가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이 마켓을 만든 주인은 1950년 노르웨이에서 이주한 이민자였다.
작은 시골마을 출신인 그는 노르웨이의 집들과 농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잔디지붕을 본따 마켓의 지붕을 잔디로 만들었다.
염소 아이디어를 낸 것은 그의 사위였다. 30년 전 쿰스 Fall Fair가 있던 어느 주말, 잔디가 길어지자 몇 잔의 와인을 걸친 사위 래리가 염소를 데려와 지붕의 풀을 뜯게 한다면 지나가는 차들이 구경삼아 올 것이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역시 술의 힘이 대단^^)
이 날 지붕 위의 염소는 '대박'이었고, 이 날부터 30년 넘게 이 지붕의 주인으로 살아온 염소는 마켓의 전설이 되었다.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가 이 시골 가게를 단숨에 명물로 만들어 준 것! 지금은 '대박 아이디어'를 낸 래리가 이 마켓의 주인이라고~
잔디 지붕은 염소들이 풀을 뜯고 뛰노는 터전이기도 하지만, 겨울엔 보온이 잘 되서 친환경적 요소까지 갖추었다고 한다.
일부러 예쁜 염소만 갖다놨나? 염소들이 다 예쁘다~~
밑에서 먹이를 주면 염소들이 와서 받아 먹는다. 아이가 주는 당근을 염소가 맛있게 먹고 있다.
사람들이 주는 음식에 맛들려 풀은 언제 뜯나?
마켓이 있는 상가건물에는 기념품 가게 등 다양한 가게들이 독특하고 예쁜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나도 티벳산 야크 뿔로 만든 옴 목걸이와 벽걸이 장식용 칼 한 점을 기념으로 샀다.
지붕 위의 염소들을 뒤로 하고 토피노를 향해 달리는 길에 잠시 들른 리틀퀄리컴폭포 주립공원(Little Qualicum Falls Provincial Park)에 있는 폭포
조금만 더 가면 Cameron Lake 끝에 MacMillan Provincial Park 입구에 닿는다.
이 공원의 Cathedral Grove에는 800년이나 된 거대한 Douglas fir(전나무 종류)로 유명한 곳으로, 꼭 들러보아야 할 명소다.
트레일을 걸어 들어가다 보면 거목들 사이에서도 가장 거대한 높이 76m, 둘레 9m의 Big Tree를 만난다.
나무 높이가 하늘에 닿아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
앞에 선 사람들을 보면 나무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될 듯...
나무 옆에 있는 안내판에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피사의 사탑과 나무의 크기를 비교해 놓았다.
56m인 피사의 사탑보다 20m나 더 높은 키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1492년에 이 나무 나이가 이미 300살이었다고 안내판에 적혀있다.
더글러스 퍼는 캐나다에서 가장 장수하는 나무 종류 중 하나로 1천 년 넘게 살 수 있다고...
MacMillan은 1997년 거센 폭풍으로 수 백 그루의 거목들이 쓰러지고 트레일이 파괴됐으나 이후 복원되었다.
당시 쓰러진 거목들이 지금도 그 거대한 뿌리를 드러낸 채 그대로 남아있다.
'Canada > Vancouver Isla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핑의 파라다이스,토피노 (1) | 2012.06.30 |
---|---|
캐나다 서쪽 땅끝마을에서 일몰을 보다 (6) | 2012.06.29 |
숲과 바다 즐기는 해안 트레일 걷기 (0) | 2012.06.17 |
'Harbour City' 나나이모, 게잡이로 유명 (2) | 2012.03.21 |
장승의 도시 던컨 (0) | 2012.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