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스위스 융프라우 지역을 여행하면서 가보지 못해 아쉬웠던 라우터브루넨 Lauterbrunnen을 다시 찾았다.
당시 벵겐에 8일간 머무르면서 융프라우요흐를 비롯한 이 일대 주요 트레일들을 찾아 하이킹을 했다. 그 때 시간이 부족해서 라우터브루넨 마을만 방문하고 밸리 트레일을 걷지 못했던 것이 내내 섭섭했었다. 이번 방문에서는 라우터브루넨 마을에서 3일밤을 머무는 동안 하루를 온전히 라우터브루넨 밸리를 걸으며 마침내 그 아쉬움을 풀었다.
라우터브루넨 밸리는 거대한 암벽과 산봉우리 사이에 펼쳐진 독특한 지형의 골짜기다. 오랜 세월에 걸쳐 빙하가 녹으면서 수직 암벽 사이에 독특한 U자형 계곡이 형성됐다고 한다. 해발고도 795m의 라우터브루넨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마주보며 서 있는 산악마을이 벵겐 Wengen과 뮈렌 Mürren이다. 뱅겐은 해발고도 1,268m, 뮈렌은 1,638m로, 800m 높이의 절벽 끝에 놓여 있다.
라우터브루넨은 겨울철에는 스키와 산악 등반, 여름철이면 융프라우 지역 하이킹의 베이스 캠프로 인기를 모으는 곳. 벵겐과 클라이네 샤이덱 Kleine Scheidegg을 거쳐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기차의 출발점이요 뮈렌과 쉴트호른 Schilthorn까지는 케이블카로 연결된다.
라우터브루넨에는 무려 72개의 폭포가 있어, '폭포마을' 이라고 불린다. 그 이름 ‘Lauter Brunnen’ 자체가 ‘many fountains’ 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폭포는 슈타우바흐 Staubbach Falls. 높이 300m로, 스위스에서 가장 높고 유럽에서 세 번째다. 마을 어디서나 가장 먼저 눈에 띄며, 빙하 녹은 물이 포효하듯 쏟아지는 시원한 물줄기가 장관이다. 또 Black Monk 산에 위치한 트루멜바흐 폭포 Trümmelbach Falls도 잘 알려져 있다. 10개의 빙하에서 암벽 사이로 쏟아지는 이 폭포는 여름철 터널의 리프트를 이용해야 감상할 수 있다.
라우터브루넨 밸리 트레일은 슈테헬베르그 Stechelberg까지 편도 약 6.7km가 이어진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케이블카로 김멜발트 Gimmelwald-뮈렌까지 더 걸은 다음 마을로 돌아오는 약 18km의 긴 트레일을 걸었다. 흰 눈으로 덮인 알프스 설봉들과 젖소들과 말들이 뛰노는 푸르른 초원, 어쩌다 하나 둘씩 보이는 외로운 산장들과 길을 따라 피어난 꽃들. 그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풍경에 빙하폭포들의 청량한 에너지가 더해져 더 아름다웠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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