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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da /Vancouver Island

연어의 모천회귀 신비, 그저 놀랍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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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다운타운에서 북서쪽으로 17km 지점에 있는 골드스트림 주립공원(Goldstream Provincial Park)은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일년 중 가장 바쁜 시즌을 맞는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뜸할 시기인데도 주차장에 빼곡히 들어선 차들로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이 공원에 모여드는 이유는 단 하나, 'Salmon Run', 연어 회귀를 보기 위해서다.

 

바로 이 공원의 계곡으로 수 만 마리의 연어가 산란을 위해 수천 킬로 떨어진 북태평양으로부터 바다와 강물을 거슬러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모천회귀의 장관이 연출되는 것. 골드스트림은 밴쿠버아일랜드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Salmon Run'을 볼 수 있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공원을 방문한 어제는 마침 Remembrance Day(캐나다 현충일) 연휴라서 인지 더욱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공원 측에 따르면 10월 중 하순 경 시작돼 12월 초 중순까지 약 8주 동안 진행되는 이 특이한 자연의 신비로운 스펙터클을 관찰하기 위해 해마다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팔딱거리는 연어들의 한쪽에는 이미 알을 낳고 하얗게 죽어있는 연어들이 보인다. 그 옆에는 갈매기들이....


 

 

갈매기들이 죽은 연어들을 맘껏 포식을 하고 있다. 연어 회귀가 끝나는12월부터 2월에는 죽은 연어들을 차지하기 위해 수 백 마리의 bald eagle(흰머리 독수리)가 모여든다.

 

연어는 대부분은 4년 만에, 드물게는 3년 또는 5년 만에 자신이 태어난 모천으로 올라와 알을 낳는다. 연구 결과 모천수의 영향권 안에 진입한 연어 중 90∼98%는 정확하게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나머지 2∼10% 는 길을 잃고 인근 하천으로 빠지거나 행방불명 된다고 한다.
긴 항해 끝에 모천에 돌어온 연어들은 담수어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일체의 먹이섭취를 중단하고  오직 자신이 태어난 탯자리를 찾아 알을 낳고 수정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종류에 따라 산란 장소는 서로 달라 Chum 은 주로 강 하류에, Coho는 공원 입구 다리 부근에, Chinook은 상류까지 올라가 알을 낳으며, 빼어난 후각을 이용해 심지어는 자신이 태어난 곳 1미터 지점까지 정확하게 접근한다니 그 신통력이 놀랍기만 하다. 
 

 

 

뾰족뾰족 나와있는 것들이 모두 연어의 꼬리들, 물속에서 힘차게 퍼덕거리며 갈 곳을 찾는다.

 

 

 

 

산란기 연어의 암컷은 몸통에 검은색 가로 줄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나고, 수컷은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갈고리 모양의 턱과 날카로운 송곳니가 발달하고 자줏빛 세로 줄무늬를 띄고 있어 무늬를 눈여겨 보면 암수 구분이 가능하다.
암컷은 산란할 자리를 찾으면, 안전하게 알(roe)을 낳을 둥지(redd)를 만들기 위해 몸통과  꼬리 지느러미를 이용해 자갈을 들추고 깊게는 50cm까지 강바닥을 판다.

암컷이 둥지를 완성하면 동료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강한 숫컷이 퍼더덕 힘차게 꼬리를 흔들어 '준비 완료' 사인을 보낸다. 신호를 받은 암컷이 둥지에 400 개 정도의 주황색 알을 낳으면 주변을 맴돌던 수컷이 재빨리 다가와 알에 수정한다. 알을 낳은 지 10~30초가 지나면 너무 늦어 수정이 불가능 하다고 한다.
수정이 끝나면  암컷은  다시 지느러미를 이용해 자갈을 옮겨와 알이 안전하도록 덮어준 뒤, 장소를 옮겨가며 알이 바닥날  때까지 여섯 개 정도의 둥지를 더 만들어 모두 3,000 여 개의 알을 낳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암컷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알을 낳은 둥지 주변을 맴돌며 외부 위협으로부터 알을 보호하는 강한 모성애를 발휘하지만, 수정을 마친 수컷은 곧바로 또 다른 파트너를 찾아 미련 없이 장소를 옮겨간다는 점. 몇 차례의 산란을 거치며 쇠약해진 암컷은 마지막 산란 후 7일 이내에 모두 숨을 거두고, 수컷은 더 이상 싸움에서 이길 힘이 소진되면 그 때 죽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수정된 알은 자갈 밑 둥지에서 2~6개월을 지내는 사이 대다수는 죽고 살아남은 소수만 다음 해 봄 치어로 부화돼 그들의 조상들이 그랬듯 수 천 킬로 떨어진 베링해 등 북태평양을 향한 긴 여정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바다에서 3~4년 동안 성어로 자란 뒤 또 다시 알을 낳고 죽기 위해 때로는 폭포와 급류를 거슬러 오르고 곰과 독수리, 낚시꾼들의 위협을 피해가며 자신의 탯자리로 돌아오는 위험하고도 고달픈 여정을 되풀이 한다.  


 

 

 

 

물가에는 알을 낳은 후 죽은 연어의 허연 시체들이 즐비하다.

 

그럼 연어는 왜 죽음을 무릎 쓰고 수천 킬로 떨어진 고향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죽는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그 먼 거리의 바다와 강물을 거치며 자신의 고향을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다른 학설이 있다.

첫째는 환경자극에 대한 유전적인 반응이라는 설. 즉 연어의 염색체에 어떤 회로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 이 주장은 연어가 하천으로 돌아오는 날짜가 항공기의 비행 스케줄처럼 불가사의할 정도로 정확하며, 같은 종류의 연어는 부모 세대가 회귀한 날짜와 거의 같은 날짜에 모천에 돌아온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두 번째는 연어가 모천을 찾아 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 빼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다는 설. 이 설은 연어가 태어난 하천 가까이에 돌아오면 헤엄치는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후각을 이용한다는 것에 근거한 것으로, 하천에는 각기 독특한 화학성분을 가지고 있어 그 냄새를 기억하고 있는 연어는 개가 주인의 냄새를 기억하듯 자신이 태어난 지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태양의 위치나 천체의 특징을 이용한다는 설. 한 실험에서 북태평양의 서로 다른 지점에 방류된 연어가 수 천 킬로 떨어진 모천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몸 속에 나침반과 같은 방향탐지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몇 가지 다른 설이 있으나 큰 바다에 있을 때는 나침반과 같은 탐지 능력을 통해 모천을 찾고, 모천에 이르면 본능적 후각을 이용해 탯자리를 찾는다는 주장이 현재로선 유력한 편이다.
그러나 연어의 모천회귀의 영험성은 아직도 정확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연어에 관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는 Freeman King Visitor Centre 벽에는 지난 수십 년간 올라온 연어 수를 표시한  그래프와 함께 매주 카운트된 연어 종류별 개체 수가 기록돼 있다.     

이번 주에 올라온 연어는 Chum 9,585마리, Coho 881마리, Chinook 100마리 등 모두 1만566마리. 방문자센터 직원 레이첼은 "올 시즌들어 지금까지 올라온 연어는 모두 2만 마리에 이른다"며 "지난해 카운트된 연어는 총 4만2,800마리였다"고 서명했다.


공원 측은 수중에 설치된 특수 카메라(Underwater Salmon Cam)를 통해 올라오는 연어의 종류와 마리 수를 카운트한다.
올해 예상에 대해 레이첼은 "올해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적은 수의 연어가 돌아올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나, 시즌이 끝나기 전에는 누구도 그 수를 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원안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보여주는 연어 회귀는 아이들의 교육용으로도 훌륭해, 가족단위로 구경나온 사람들이 특히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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