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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ba

쿠바의 최고 상품?...올드 아바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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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삐똘리오와 아바나 대극장 일대 거리를 돌아 봤다면 이제 유서 깊은 광장들과 이름난 바 등이 모여 있는 올드 아바나 거리 구석구석을 순례할 차례. 

 

올드 아바나에서도 가장 붐비는 거리 골목이 Obispo다. Obispo는 센트럴 파크 근처에서 아르마스 광장까지 동서로 이어지는 거리로, 좁은 길에 상가와 카페, 바 등이 몰려 있어 여행자들이나 주민들로 걷기가 힘들 정도로 붐빈다. 거리 일부는 차량이 제한되는 보행자 전용이다. 

 

상가라고 해도 기업과 생산시설이 국유화된 쿠바의 상가에서 판매되는 물건은 아직 아주 제한돼 있고 우리가 흔히 쓰는 생활용품들도 아주 귀하고 비싸다. 그래도 몇 년 전부터 거리 음식점, 카페, 소규모 기념품점 등 소매업종에 대해 개인 영업이 허용되면서 공산주의 국가 쿠바에도 자본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래서 인지 전에 왔을 때보다 매장에 물건들도 많아진 것 같고 더 활기있어 보였다.  

 

마치 명동 골목을 보는 듯 사람들로 북적대는 Obispo 거리.
이 거리에 있는 암보스 문도스 호텔 Hotel Ambos Mundos 입구와 로비. 이 호텔은 1930년대 헤밍웨이가 장기간 투숙하며 여러 책의 집필을 시작하거나 완성한 곳이다. 그가 묵었던 511 호는 작품의 초고와 유품 등을 보존한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바나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게 되는 인물은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 체 게바라.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이 두 외국인 남성들은 엄청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최고의 히트 상품 역할을 한다.   

 

쿠바를 사랑했던 헤밍웨이는 20여 년간 아바나에 살면서 퓰리처상(1953년)과 노벨 문학상(1954년)을 잇달아 안겨준 명작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를 집필했다. 그러나 쿠바혁명 직후 단지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제추방 당했으며, 추방된 다음 해인 1961년 자신의 62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사냥총으로 자살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헤밍웨이가 자주 드나들었던 바 La Bodeguita Del Medio와 Floridita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순례하는 성지와 같은 곳으로 자리잡았다. 

 

혁명 영웅 게바라에 대한 쿠바인들의 존경과 추앙은 절대적인 듯하다. 젊은 의사였던 게바라는 쿠바혁명을 성공시킨 뒤 안주하는 대신 남미의 볼리비아로 건너가 또 다른 게릴라 혁명을 지원하다 39세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진정한 혁명가' 게바라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대중적인 인기까지 더해져 아바나 어디서나 책과 사진, 그림, 티셔츠에까지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수퍼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오비스포 거리의 끝은 아바나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 아르마스 Plaza de Armas이다. 중고 서적들과 골동품들, 혁명 관련 각종 포스터나 그림 등 흥미로운 구경 거리들이 많다. 서적들 중에서도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역시 체 게바라다.

 

아르마스 광장 옆에는 18세기 바로크 양식의 우아한 성당인 대성당이 있다. 대극장과 함께 아바나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일 듯. 성당 내에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유해가 100년 넘게 보존됐다고 한다.  

 

대성당 광장 Plaza de Catedral에 자리잡은 이 점술가 할머니는 전에 왔을 때와 변함 없이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카드로 점을 봐준다.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 바 La Bodeguita Del Medio. 헤밍웨이가 자주 들러 칵테일 모히또 Mojito를 즐겨 마셨다는 이유 때문에 유명해져 아바나를 찾는 관광객들은 누구나 들르는 명소가 됐다. 갈 때마다 들러 음식도 먹고 분위기도 즐기고 했는데 이번엔 자리를 잡을 수도 없을 정도로 붐볐다.   

 

La Bodeguita Del Medio 입구는 방문객들로 만원이고, 벽은 혁명 기념 자료와 방문객들의 낙서로 빈틈이 없다. 잔뜩 쌓아놓은 모히토 잔들...모히토 는 럼, 라임쥬스, 민트, 설탕, 소다수를 섞어 만든다. 럼만 있으면 만들기도 쉬어, 집에서도 가장 즐겨 마시는 칵테일이 됐다. 

 

올드타운 광장 Plaza Vieja. 카페, 바, 레스토랑 들이 많이 몰려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또 다른 광장. 뭘 먹을까 메뉴 탐색 중... 

 

 

헤밍웨이 덕분에 유명해진 또 하나의 레스토랑 바 플로리디따 El Floridita. 그 앞은 줄서서 기다리는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여기는 헤밍웨이가 다이뀌리 Daiquiri를 마시기 위해 매일 같이 들렀다고 한다. 럼과 라임쥬스, 시럽을 넣은 이 칵테일은 완전 내 취향이라 처음 쿠바 방문시 맛본 후 푹 빠졌다. 이곳 다이뀌리는 '원조'라는 명성에 걸맞게,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플로리디따 바 구석 자리는 헤밍웨이의 동상은 옆에서 사진찍으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만원이다. 

 

거리에서 이발을 하는 모습이 정겹고 재밌다. 
이번에 아바나에서 가장 놀랐던 변화는 휴대폰의 대중화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만 해도 휴대폰을 보기 힘들었고 인터넷 사용료도 비쌌는데, 지금은 어디서나 휴대폰을 볼 수 있다. 와이파이를 이용하기 위해 거리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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