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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ba

노인과 바다의 어촌 마을 코히마르 - 아바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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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유난히도 뜨겁던 아바나 여행의 마지막 날, 노인과 바다의 실제 배경이자, 작품속 '노인'의 모델이 살았다는 코히마르(Cojimar)를 찾아 나섰다.

쿠바를 끔찍이도 사랑했던 헤밍웨이는 20여 년간(1939~1960) 아바나에 살면서 그에게 퓰리처상(1953년)과 노벨 문학상(1954년)을 잇달아 안겨준 명작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를 집필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서 코히마르로 가는 길은 참 멀고도 험했다~~

호텔에선 택시를 권유했지만, 투어버스 아닌 쿠바인들이 타는 일반 버스도 한 번 타볼 겸 경비도 절약할 겸해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호텔에서 한참 걸어서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아저씨(내옆에 앉은)가 친절히 안내해주고 내릴 곳도 알려주었다. 옛날 서울 지하철의 푸시맨이 필요할 듯한 짐짝 버스도 이 아저씨 덕분에 간신히 매달려 갔다. 쿠바 사람들이 대개 영어를 못하는데, 영어가 제법 유창하다 했더니 호텔 바에서 일한다고 했다.

 

이 사람들 손에 들려있는 저 과자는 바로 맛동산^^ 버스 기다리면서 같이 나누어 먹었는데, 한국 것이라고 했더니 너무 맛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1991년 쿠바에서 열렸던 판 아메리카 게임 선수촌 마을인 비야 판아메리카나(Villa PanAmericana)에서 버스를 내려, 물어물어 30분도 더 걸어 '헤밍웨이 마을'에 도착했다.

그 흔한 사인이나 안내판 하나 없고,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별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게 놀라웠다. 아바나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상품으로 팔리는 헤밍웨이가 막상 이 마을 사람들에겐 별로 관심의 대상이 아닌 듯하다.

그렇게 찾아간 코히마르는 자그마한 갤러리와 레스토랑 하나가 전부인 너무도 조용하고 한적한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헤밍웨이가 자주 들렀다는 펍 레스토랑 라 테라자.  

 

 

 

레스토랑 안에 있는 노인과 바다의 실제 배경이자 작품 속의  

주인공 산티아고 선장(Captain Santiago)의 모델 그레오리오 

푸엔떼스(Gregorio Fuentes) 그림. 당시 그는 노인이 아니라

실제로는 40대였다고 한다.

 

뜻밖에도 이 앞에서 한국에서 온 그룹투어객들을 만났다. 한국에서도 이 작은 마을까지 그룹투어를 오는 걸 보니. 헤밍웨이의 인기가 대단하긴 한가보다.

 

 

 

 

 

 

 

 

 

 

 

 

 

 

 

바로 밪은 편 갤러리 입구에 헤밍웨이와 푸엔테스가 커다란 청새치(Marlin)를 가운데 두고 서있는 벽화가 눈에 띈다.


'노인과 바다' 속에서 노인은 84일 동안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음 날에도 낡은 조각배를 타고 홀로 바다에 나간다. 마침내 커다란 청새치(Marlin) 한 마리를 잡지만 끌고 돌아오는 도중 상어 떼 공격을 받고, 고기를 지키려 사투를 벌이지만 결국 그에게 남은 건 앙상한 뼈만 남은 고기와 망가진 선구, 그리고 상어와 싸우면서 얻은 상처 뿐이었다.

 

 

 

 

갤러리에서 일하는 청년의 안내를 받아 방문한 푸엔테스 옹의 생가. 새 페인트로 말끔하게 단장된데다 안내 사인은 커녕 그의 흔적이라고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어 실망스러웠다.
이 청년은 그가 오래 전까지 헤밍웨이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옛날 추억담을 들려주거나 함께 사진을 찍은 대가로 10~20달러 정도의 사례를 받아 생활하다가 지난 2002년 104세의 장수를 누린 뒤 세상을 떠났다고 설명해줬다.

 

 

 

U자 형의 포구인 헤밍웨이 마을의 해안을 따라 조금 걸으면 헤밍웨이 기념비가 보인다. 오른 편의 요새는 군사 건물.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모습의 헤밍웨이가 파도가 철썩 대는 포구를 응시하고 있다. 여기까지도 악사들이 진출...

 

 

 

요새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군인들이 군사시설이라며 못들어 간다고 했다. 아쉬운 대로 그 앞에서 사진만...

 

 

 

 

 

 

 

따뜻한 햇살 아래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도 평화로운 어촌이다.

조금 전까지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던 아이는 흰둥이와 함께 낮잠에 빠진 듯~~

 

 

 

물고기가 잡혔을까?

 

 

"지상의 모든 날들은 좋은 날(Everyday above earth is a good day)"이라며 생을 긍정하고, 작품을 통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그렸던 헤밍웨이였지만 그의 실제 삶은 그리 행복하거나 순탄치는 못했던 것 같다.

네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으며, 쿠바혁명 직후인 1960년에는 단지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20년 넘게 살아온 쿠바에서 강제추방 당하는 변을 당하기도 했다.
말년에는 아프리카 체류 중 겪은 두 차례의 비행기 추락사고 후유증으로 극심한 신체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쿠바에서 추방된 다음 해인 1961년 자신의 62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미국 아이다호주 자택에서 스스로를 향해 사냥총의 방아쇠를 당김으로써 생을 마감했다.

 

 

 

코히마르 마을에서 만난 예쁘고 천진한 아이들. 위의 남자 아이는 관광객에게 받은 쵸컬릿을 자랑하는 듯.

관광객들에게 무엇이든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지, 우리에게도 꼬마들이 와선 돈을 달라고 했다. 돈 대신 맛동산을 한움큼 주었더니 먹어보곤 얼굴이 환해지며 좀 있다 또 와서 달랜다. 쿠바에서도 다시 인정받은 맛동산의 인기^^

 

가난한 쿠바 아이들이 관광객들에게 뭘 달라고 접근하는 모습은 씁슬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모르는 사람들이 주는 음식 절대 못먹게 하는 요즘 세상에, 아직 이런 순박함이 남아있는 곳이 있구나 싶은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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