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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Switzerland

마터호른 보며 걷는 수네가 5 Lakes Walk <알프스 여행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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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못가서 언젠가 걸어 보리라 벼르고 있던 수네가 Sunnegga의 5 Seenweg (5 Lakes Walk)을 걸었다. 

전 날 하늘이 흐려서 하루 기다려 봤는데, 이 날은 아침부터 눈부시게 청명했다. 체르마트에 2박 예정이어서 이 날 날씨가 안좋아도 무조건 가야했는데 정말 행운이 따랐다. 그러고 보니 몇년 전 왔을 때도 그 전 날 구름이 잔뜩 흐려 산도 안보이다가 올라가는 날 이렇게 화창했는데 이번엔 그 때보다 더 쨍한 날씨다. 운이 좋아야 구름 없는 마터호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데, 우리가 마터호른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지도...


역시, 마터호른과 어우러진 풍광 속에 고요히 들어앉아 있는 호수들 사이를 걷는 경험은 특별했다. 다섯 호수는 모두 모양도, 크기도, 주변 분위기도 달라 제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체르마트에서 푸니쿨러를 타고 네가 파라다이스(Sunnegga Paradise)로 향했다. 푸니쿨러 가격은 편도 16CHF. 4.5분 만에 전망대(2,288 m)에 닿는다. 완벽하게 얼굴을 드러낸 마터호른의 당당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다시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Sunnegga'의 의미는 'sunny corner'라고 한다. 지역과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원래는 여기서 다시 블라우헤르트 Blauherd까지 케이블카로 올라가서 Stellisee, Grindjisee, Grünsee, Moosjisee 그리고 Leisee 다섯 호수를 걷는 9.3km의 하이킹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갔을 때는 이 구간 케이블카가 아직 오픈하기 이틀 전이어서 탈 수가 없었다. (6월16일부터 오픈) 덕분에 이 구간까지 걸어서 수네가에서 출발해 다시 돌아오는, 완전히 한 바퀴를 도는 루트를 걸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바로 아래에 있는 라이세 호수 Leisee에서 부터 하이킹을 시작했다.  

Leisee는 수네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비치, 어린이 놀이터, BBQ피크닉 테이블 등이 있어 가족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다. 편안한 느낌의 호수가는 앉아서 쉬기에도 좋다. 


 


Leisee에서 바라본 마터호른의 위용이 대단하다. 지난 번에 왔을 때 홀딱 빠져서 여기서 시간을 다 보내느라 다른 호수들을 걷지 못했던 바로 그 풍경, 다시 봐도 빠져든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로고가 마터호른이라고 알려져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모습이 상당히 비슷하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은 산은 영화사 창립자인 윌리엄 홋킨슨이 어린 시절을 보낸 미국 유타주의 산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상상속의 산이라고 한다. 

 






두 번째 호수 Moosjisee. 

인공 저수지가 있으며 이 물은 전기와 겨울철 스키의 인공 눈을 만드는데 사용된다고. 핀델 빙하가 녹은 호수에서는 우유빛깔이 난다. 





번째 호수 Grünsee. 

마터호른을 비롯한 여러 산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오래 전 빙하지역이었던 곳에 형성된 독특한 바위지형이 눈에 띈다.

 



네 번째 호수 Grindjisee.

마터호른이 투명한 호수에 반사돼 더욱 신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여름에는 고산지대 야생화가 많이 피고, 가을에는 라치트리로 노랗게 물든다고 한다. 우리도 고즈넉한 풍경의 이 호숫가에 앉아 마터호른의 전망을 만끽하며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평탄하던 트레일이 이 호수를 지나면서 거친 자갈길로 바뀌고 경사도 심해져 숨이 차오른다. 트레일 전 구간 중 가장 가파르고 힘든 부분. 그러나 올라갈수록 그 신비한 마력을 지닌 마터호른에 점점 더 가까와지면서 그 웅장함에 더 압도된다.  


Stellisee로 갈라지는 길위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터호른. 




힘들게 올라 마침내 마지막 호수  2537m의 Stellisee 도착. 


호수 건너 저 멀리 조그맣게 보이는 집이 산장과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는 Fluhalp다. 서치를 하면서 이곳을 발견하고는 이런 산속의 hut에서 하루 밤 묵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쉽게도 6월말이 되야 오픈한다. 알프스 여름 시즌이 보통 눈이 녹는 6월말이 되야 시작되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문을 닫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이 많다. 여름시즌이 끝나면 곧 스키어들을 위한 겨울 시즌이 시작되고, 알프스의 진짜 성수기는 바로 겨울이다.  





마터호른을 비롯해 주변을 둘러싼 4000m 이상의 고산 봉우리들이 호수와 어우려지는 장관이 눈부시다. 5개 호수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곳이 아닐까 싶다. 관광 가이드 북 등에 소개되는 마터호른의 사진은 이곳을 배경으로 한 것이 많다.  


여기서 더 걸어 이 트레일의 가장 높은 지점인 블라우헤르트의 케이블카 터미널(2578m)까지 걸어가면 9.3km의 5 Lakes Walk이 끝난다. 그러나 우린 거기서 다시 수네가까지 걸어내려가야 한다. 




터미널에서 수네가까지는 계속 심한 경사의 내리막길이다. 이제 수네가 아래 마을이 눈 앞에 보인다. 




환상적인 다섯 호수 트레킹을 모두 마치고 수네가 파라다이스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우리처럼 수네가에서 Leisee에서 시작하는 오르막길을 택하면 블라우헤르트까지 최소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거기서 다시 수네가까지 내려가는 길에 약 30분이 더해진다. 물론 걷는 시간만이고, 각 호수를 돌거나 앉아서 휴식하고 밥먹고 하는 시간이 추가된다. Stellisee 로 올라가는 길이 가장 경사가 심하므로, 반대 방향을 택하면(케이블카 오픈하는 시기에만) 좀더 쉽게 걸을 수 있다. 





약 11km의 산길 하이킹 뒤에 다시 수네가에서 숲길을 걸어 체르마트까지 내려가 엄청 걸은 하루였다. 하루종일 마터호른을 보면서 걷고, 힐링을 받아서 인지, 홀로 뾰족 솟아 장엄하지만 왠지 고독하게 보이던 산이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고 정답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마터호른은 1865 영국 산악인 에드워드 윔퍼가 처음으로 등정한 이래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산이다. 그러나 빙하로 둘러싸인 데다 암벽 피라미드로 봉우리로 인해 등반하기에 쉽지 않은 산이며, 그래서 세계에서 등반객들의 사망율이 가장 높은 위험한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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