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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da /Canadian Rockies

깊고 푸른 빛, 레이크 아그네스 <캐네디언 로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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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에 찾은 이번 로키 여행에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이 호수 주변 트레킹이었다. 그리고 그 백미는 역시 밴프 국립공원의 루이스와 모레인 두 호수에서 출발하는 트레킹이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트레킹에 나선 곳은 가장 인기있는 곳으로 알려진 레이크 아그네스 Lake Agnes 트레일. 아그네스 호수의 티하우스까지는 편도 3.4km 거리로 그리 멀지 않은 트레일이다.

 

 

 

 

밴프 시내의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아침 일찍 레이크 루이스로 향했다.

워낙 인기 높은 트레일인데다 날씨까지 완벽해서 그런지 아침인데도 이미 주차장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아침이라  꽤 쌀쌀한 날씨의 찬 공기를 마시며 레이크 루이스를 출발한다.

 

 

 

 

  

 

호숫가를 조금 걷다가 레이크 아그네스로 가는 트레일로 접어든다.

 

 

 

 

 

 

아그네스 호수에 닿기 전에 먼저 만나게 되는 자그마한 호수 미러 레이크 Mirror Lake.

그 이름 처럼 투명하고 잔잔한 호수 속에 숲과 하늘이 담겨있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하고 다시 아그네스 호수로 오른다.

 

 

 

 

트레일은 잘 손질돼 있고 경사도 그리 심한 편이 아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는 꽤 오르막 길을 걷는다.

 

 

 

 

 

 

아그네스 호수에 가까워 오면 호수에서 떨어지는 물이 흐르는 폭포가 보인다.  

숲이 너무 울창해 아쉽게도 레이크 루이스의 모습은 많이 볼 수 없지만, 가끔씩 나무 사이로 이렇게 호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레이크 아그네스 트레일의 종착지 티하우스에 도착했다.

이 티하우스는 1901년 캐네디언 퍼시픽 철도에서 건설한 것으로, 이곳 말고도 식스 빙하 평원 Plain of Six Glaciers 트레일 끝에도 티하우스가 있다.

티하우스는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어 호수의 물을 끓여 티를 만드는 옛날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이 호수는 캐나다의 초대 총독인 존 맥도널드 경의 아내가 아곳을 방문한 후 그 이름을 따서 아그네스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레이크 아그네스 트레일은 티하우스에서  끝나지만, 길은 호수를 지나 계속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더 걸으니 짙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짙은 에머럴드 빛깔의 호수가 눈부시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느 호수 보다도 깊고 푸른 색이다. 더구나 샛노랗게 물든 라치트리와 어우러지니 더욱 환상이다.

라치트리는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나무로, 일대가 주로 이 나무로 뒤덮여 화려한 가을 풍경을 보여 준다.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은 이제 끝~ 여기서 부터는 험한 바위 길을 지나 좁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게 된다.

이 트레일은 호수에서 부터 1.6km 거리의 언덕 Big Beehive 정상까지 이어진다.

 

 

 

 

정상에 오르면 아래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이 있다고 해서 우리도 일단 나서 봤다. 그런데 올라갈 수록 길은 더 좁아지고 낭떠러지가 나타난다. 나무도 없고 깍아지른 벼랑을 굽이 돌아가는 데다가 산사태가 나서 가뜩이나 좁은 길이 더 파여있기까지 한 것을 보고 이건 아니지 싶어 발길을 돌렸다.

 

이 길은 레이크 루이스의 또 다른 인기 트레일 Plain of Six Glaciers의 티하우스까지 연결된다

14.6km에 달하는 이 길을 통해 두 트레일을 하루에 완주해 버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두 곳 모두 티하우스를 가지고 있어 'Teahouse Challange'라 불리는 이 코스는 거리로 보면 그리 긴 것은 아니지만, 산을 오르내리며 걷는 거리이므로 체력에 자신이 있어야 도전해 볼 수 있을 듯.

 

 

 

 

올라가는 길에 사람들이 저기를 보라고 손짓을 한다. 저 까마득한 바위산 꼭대기에 서 있는 형체가 사람?

어떻게 저기까지 올라갔는지, 저렇게 서 있는지 보기만 해도 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

 

 

 

 

좀더 분명한 모습을 보니,  사람이 맞긴하다.

 

 

 

 

레이크 아그네스 맞은 편에서 바라보니, 길다랗게 놓여진 호수 끝으로 멀리 티하우스가 보인다.

 

 

 

 

가파른 벼랑길에서 내려와 마음을 완전히 빼앗긴 전망이 있는 편안한 호숫가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가져간 점심도 먹고 쉬고 눈이 시리도록 호수를 바라보며 로키에서의 오후를 즐겼다.

대자연 속에 나를 맡기는 이런 힐링의 시간...여행을 통해 우리가 받는 가장 큰 선물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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