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가르데나의 타운들 <스위스/이탈리아 55일 16>

 

돌로미티의 심장부 발 가르데나 Val Gardena는 푸에즈 오들레 Puez-Odle, 셀라 Sella 그리고 사소룽고 Sassolungo 산군의 봉우리들로 둘러싸여 있다. 겨울이면 발 가르데나는 175km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키 슬로프를 갖춘 스키 천국이 된다.  여름철이면 이 스키 슬로프가 알파인 메도우로 변신해 200여개의 하이킹 트레일에 세계의 하이커, 바이커들이 모여든다. 

발 가르데나에는 오르티세이 Ortisei, 셀바 Selva 그리고 산타 크리스티나 Santa Cristina 세 타운이 있다. 이 지역에는 지금도 원주민 라딘족의 후손들이 많이 살고, 언어도 고유언어 라딘어 Ladino 사용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오르티세이는 라딘어가 84% 이상이고 독일어 9.3%, 이태리어 사용자는 6.5%. 셀바와 산타 크리스티나는 무려 90% 이상이 라딘어를 사용하고 나머지가 독일어, 이탈리어일 정도.  그래서 이 지역에선 주요 표지판들이 2개도 아닌, 라딘어까지  3개 언어로 표기돼 있다.  

 

이 지역에서 숙박하는 여행자라면 발 가르데나 게스트 패스 Val Gardena Guest Pass가 필수. 숙박기간 동안 버스를 무료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어 아주 유용하다. 발 가르데나 관광협회에 등록된 숙소에만 해당되므로 미리 체크해 보고, 예약시 숙소에 신청하면 이메일로 받게 된다. 도착일부터 출발일까지 모든 발 가르데나와 대부분의 사우스 티롤 지역 퍼블릭 버스에 해당된다(Saltria 마을 등 일부 지역 제외). 게스트 패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발 가르데나 웹사이트 참조

 

오르티세이 Ortisei/St. Ulrich

발 가르데나의 대표적인 타운. 첫 여행에서 너무 만족스러워 이번에도 오르티세이에서 1주일 머물며 하이킹을 했다. 

해발고도 1,230m의 동화속 마을처럼 예쁜 타운은 총 60km가 넘는 스키 슬로프를 갖추고 있으며 리프트, 버스 등 교통도 편리해 하이킹의 베이스로도 최고다. 인구 4,800여명에 불과한 산간 마을에 연간 70만명(숙박 인구만)이 넘는 여행자들이 찾는 이유다.

 

외딴 산간마을에 불과했던 오르티세이가 외부 세계에 널리 소개되고 방문객들이 증가한 것은 1860년대 주요 지역과 연결되는 철도가 건설되면서부터. 이를 계기로 영국인들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독일인들의 발길이 빠른 속도로 늘었고, 17세기부터 발달했던 우드 카빙 wood carving 산업도 더욱 번성하게 됐다. 지금도 발가르데나 지역 경제는 여름철 하이킹, 겨울철 스키 그리고 우드카빙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오르티세이는 특히 한국 여행자들을 가장 많이 만난 곳이기도 하다. 4년 전만 해도 돌로미티 여행하는 동안 한국 사람들을 거의 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거리에서 한국말이 수시로 들려와서 처음엔 좀 놀랐다. 주로 그룹 여행객들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그것도 혼자 별 준비 없이 온 여행자도 만나 우리가 아는 대로 정보를 나눠주기도 했다. 

 

오르티세이 타운의 광장에서 이벤트가 열려 주민들이 많이 모여 있다.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참여해 연주하는 모습. .

 

 

하나 같이 예뻐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타운의 건물들

 

중심 거리에 있는 광장 Piazza S. Antonio. 광장 한쪽에 작은 성당 Sant'Antonio가 있다.

 

타운 센터의 중심거리 양쪽으로 예쁜 갤러리와 호텔, 레스토랑, 기념품샵 등이 모여있어 구경할 것들이 많다.

 

우드 카빙이 유명한 마을 답게 곳곳에 나무로 만든 멋진 공예품들이 눈길을 끈다.

 

 

오르티세이의 대표적인 성당 Chiesa San Ulrico. 18세기에 건축된 바로크와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다.

 

 

 

 

 

 

 

 

오르티세이의 마지막 날, 해질 무렵 타운을 다시 한번 천천히 돌아봤다.건물들을 가만히 보면 벽, 창문, 지붕 하나도 허투루 만든 것이 없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세심한 디테일, 각각 다른데도 튀지 않고 서로 기막한 조화를 이루는 색감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노랗고 붉게 물들었던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레몬빛 불빛이 하나둘 들어오니 더욱 사랑스러운 동화속 마을이 된다.

 

초원 위에 자리잡은 마을 풍경

 

산 지아코모 교회 Chiesa di San Giacomo. 타운에서 ‘Dialogue Path’를 따라 조용하고 평화로운 숲길을 걸어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Sassolungo를 배경으로 하늘을 찌를듯 솟은 고딕 첨탑의 교회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12세기에 건축된 교회 앞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공원 같은 묘지가 있다.

 

우리의 보금자리였던 숙소의 창에서 보이는 목가적인 풍경. 첫 여행때 8일 묵었던 집이 너무 평화롭고 마음에 들어서 주인에게 연락했더니 반갑게 맞아주었고, 이번에도 1주일 렌트해 잘 지내다 왔다. 다시 돌아와서 보니 더 정다운 모습이다.

 

 

셀바 Selva / Wolkenstein

셀라 산군 바로 아래 자리잡은 셀바는 해발고도 1,563m로, 발 가르데나에서 가장 높은 타운. Pizes de Cir, Gardena Pass, 사소룽고와 셀라 등의 산봉우리로 마을이 둘러싸여 있다. 인구는 약 2,500명 정도지만 숙박 시설은 3개 마을 중 가장 많다.

 

셀바에서 하루 나들이하기 좋은 곳으로 발룽가 밸리 Vallunga Valley가 있다. 셀바 시내에서 버스 357을 나면 발룽가 밸리 입구에서 내린다. 푸에즈 오들레 Puez - Odle 내셔널 파크의 입구에 위치한 발룽가는 평화로운 자연 속을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곳.  한바퀴 도는 트레일은 7.5km로, 특히 어린이들이 있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피크닉하기에 최고다.  

 

타운 뒤로 보이는 셀라 봉우리가 장관이다.

 

 

발룽가 밸리는 오들레 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넓은 메도우에 소들이 자유롭게 걸어다닌다. 작고 귀여운 교회 Cappella di San Silvestro.

 

 

 

 

초원의 끝, Prà da Ri 밸리는 발룽가에서도 전망이 가장 아름다운 곳. 만발한 들꽃 위로 소들이 평화롭게 누워있고, 한쪽에는 십자가가 서있다.  

 

산타 크리스티나 Santa Cristina / St Christina 

인구 약 2,000명으로 세 타운 중 가장 작은 마을.  오들레와 사소룽고 산군의 발 아래 위치하며 해발고도는 1,428m.  겨울철이면 세체다, 몬테 파나 등의 스키 슬로프로 바로 연결돼 특히 스키어들에게 인기다. 13세기 부터 마을의 역사가 시작돼, 오르티세이와 마찬가지로 19세기부터 우드 카빙이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전망이 아름다운 교회 Chiesa Parrocchiale di Santa Cristina. 교회 앞에는 넓은 묘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