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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Switzerland

세상에서 가장 느린 열차에서 즐기는 알프스: 스위스 여행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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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빠른 것만 찾는 세상. 그러나 세상에는 느려서 좋은 것도 있다.

시속 30km로 달리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열차...알프스 협곡 속,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는 열차는 속도를 낼 수도 없지만 낼 필요도 없다.

이 열차를 타는 여행자들은 빨리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편안하게 몸을 맡기고 스쳐가는 풍경 속으로 빠져들면 된다.

 

알프스의 비경을 감상하며 달리는 scenic train 루트 두 곳을 하루에 연달아 탔다.

체르맛에서 글래시어 익스프레스 Glacier Express(GE)로 생 모리츠 St. Moritz까지 횡단한 후, 다시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Bernina Express(BE)를 타고 이탈리아 티라노 Tirano까지 내려갔다.

 

 

 

 

새벽 6시13분에 체르맛을 출발하는 열차를 타려고 어둑어둑한 새벽에 일찍 호텔을 나섰다. 브릭 Brig에서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는 중. 아침이라 그런지 전 날 체르맛과는 달리 꽤 쌀쌀한 날씨다.

GE는 생 모리츠까지 갈아타지 않고 계속 가지만, 우리는 Regional Express(RE)를 이용했기 때문에 몇 번 갈아탔다(기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맨아래 참고하세요~) 

 

 

 

 

 

 

열차를 타고 가는 내내 만년설로 덮인 웅장한 알프스의 봉우리들과 빙하들, 푸르른 초원, 한적하고 그림같은 마을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 루트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Oberalp Pass의 높이는 2033m다. 이 고지에 세워진 레스토랑은 2048m! 

 

 

 

 

외딴 알프스 산중 마을에도 골프 코스가? 골프 좋아하는 남편은 한참이나 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 루트를 달리는 동안 열차는 91개의 터널, 291개의 다리를 지난다. 창밖으로 다리 아래를 보면 아찔하기도 하다.

 

 

 

 

기차를 갈아타는 시간까지 합치면 8시간45분을 달려 생 모리츠에 도착했다.

생 모리츠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키 리조트로, 20세기 초중반 동계올림픽이 두 차례나 열린 곳이기도 하다. 주로 유럽의 상류층들이 스키를 즐기기 위해 많이 찾는 럭셔리 리조트 타운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베르니나 엑스프레스는 슈 Chur~생 모리츠~티라노 Tirano까지 이어진다.

생 모리츠에서 열차를 타기까지 시간이 좀 있어 잠깐 시내를 둘러봤다. 원래 잠깐씩 들리는 마을에서도 시간이 되는 한 구석구석 둘러보는 편인데, 고풍스런 건물은 거의 보이지 않고,  스키 시즌이 아니어서 그런지 별 특색은 없어 보였다. 날씨까지 너무 추웠다.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물이 작은 폭포와 호수를 이루고....

 

 

 

 

이 루트는 55개 터널, 196개 다리를 지나며 가장 높은 지점은 무려 2,253m. 일부 구간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을 정도로 알프스에서도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높은 곳에서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알프스와 호숫가 전원마을들은 이 세상 마을이 아닌, 선경을 보는 듯 환상적이었다.

GE 루트도 아름다웠지만 BE의 이 구간은 정말 넋을 놓고 바라봤다.

 

 

 

 

드디어 종점 티라노에 도착했다. BE 루트는 여기서 다시 루가노까지 버스로 계속 연결되나 이 구간은 여름철에만 운행한다.

 

하루를 기차 속에서 보냈지만 풍경 속에 빠져 전혀 지루한 줄 몰랐다. 사실 여행 스케줄을 짤 때는 바쁜 일정 속에서 기차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 같아 넣을까 말까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경험이라면, 여행자의 귀한 하루를 온전히 투자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시닉 트레인 GE/BE tip

 

GE의 경우 체르맛에서 부터 구간의 중간쯤 되는 Disentis까지는 국철인 SBB가 아닌 MGB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유레일 패스로 커버가 되지 않아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대신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25%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가격(2등칸)은 성인 86 스위스 프랑. Disentis에서 부터는 유레일 패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예약이 필수라 예약비로 1인당 33프랑(여름)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예약비까지 내야하나? 라고 생각하는 여행자들은, 시간만 맞으면 우리 처럼 예약이 필요 없는 Regional Train을 이용하면 된다.

Regional도 똑같은 루트를 달리는데 천장까지 유리로 된 파노라마와 일반 창이라는 열차의 차이만 있다. 그리고 열차를 몇 번 갈아타야 한다는 것과 새벽 일찍 나서야 한다는 점을 알아두면 돤다. 이 두가지가 문제 없다면 RE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BE는 전 구간이 유레일 패스로 커버되므로 티켓을 별도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 GE와 마찬가지로 예약이 필수로 1인당 14프랑(여름)이지만, 이것도 역시 파노라마 아닌 일반 열차는 예약 없이 그냥 타면 된다.

파노라마 열차와 달리 일반 열차는 창을 열고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사진 촬영에는 오히려 더 좋다! (달리는 열차 안 사진촬영은 열차 맨 뒷칸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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