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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Italy

르네상스의 이상향 꿈꾸던 마을 피엔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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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꿈꾸는 여행지가 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특별히 끌리지 않는 곳이 있는가 하면 왠지 마음이 편하고 또 다시 찾고 싶은 곳, 언젠가는 한번 꼭 살아보고 싶은 그런 곳이 있다. 

 

내게는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아탈리아어 Toscana, 영어 Tuscany) 지방이 바로 그런 곳이다.

오래 전에 처음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피사와 피렌체를 봤을 때만 해도 너무나 유명하고 이름난 관광지요 르네상스 예술의 본고장에서 그 많은 볼거리를 쫓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지역에 홀딱 빠진 것은 두 번째 유럽 방문에서 시에나와 산지미냐노를 여행하면서 였다. 그 뒤로 언젠가는 꼭 토스카나의 작은 마을들을 모두 여행해 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이번 유럽 여행에서 토스카나주의 루카, 피엔자, 몬테풀치아노 그리고 움브리아주의 오르비에토, 아씨시를 여행하면서 아주 일부나마 그 꿈을 이루었다.

사실 이탈리아에서 좀 더 시간을 할애해 더 많은 마을들을 돌아보고 싶었지만, 기차가 다니지 않는 작은 마을들을 다니려면 자동차 없이는 여행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 유레일패스로 여행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할 수 없이 이 정도로 제한하고, 다음 기회에 렌트카로 샅샅이 돌아볼 기회를 만들기로 했다.

 

 

 

 

피엔자와 몬테풀치아노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마을이기 때문에 버스로 가야한다.

시에나 기차역에서 출발하는 Tiemme 버스를 타고 피엔자로 향했다. 시에나 역 앞 버스 터미널에서는 주변 마을들로 가는 각종 버스들이 출발한다.

피엔자까지는 약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피엔자로 가는 길은 정말 즐거운 소풍길 같다.

버스로 달리는 내내 토스카나 특유의 완만한 구릉의 푸르른 들판과 쭉쭉 뻗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풍경이 이어진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던 바로 그 들판들이다.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발도르치아(Val d'Orcia)지역에 위치한 언덕위 성채 마을 피엔자는 '르네상스의 이상향' 이라 불린다.

이 마을에서 태어난 르네상스의 인본주의자 에니아 실비오 피콜로미니는 후에 교황 피우스 2세로 선출된 후 자신의 고향에 위대한 르네상스의 원리와 철학을 담은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다. 1459년 피우스 2세의 의뢰를 받아 플로렌스의 건축가 메르나르도 감베렐리의 도시 설계에 따라 건설이 시작됐고 3년 후 두오모가 건축된다, 소박했던 마을 코르시냐노는 피엔자로 이름을 바꾸고 꿈의 도시로 다시  탄생하게 된다.

 

바로 뒤에 시청건물인 타워가 보이는 곳이 마을 중심 Pio II 광장.

 

 

 

 

광장에는 두오모와 시청 그리고 우물 뒤에 보이는 피콜로미니의 가족 궁전 Palazzo Piccolomini 등이 모여 있다.

 

 

 

 

 

 

 

 

마을은 마을 끝에서 끝까지 10분 정도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자그마하다.

그러나 이 작은 공간안에 당시 최고의 기술로 건설한 성당, 궁전, 광장 등이 모여 있다.

피엔자는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마을 외곽은 세월의 무게가 실린 벽돌 건물들과 나무와 꽃으로 길이 이어진다.

 

 

 

 

마을을 둘러싼 이 성벽을 따라 걸으면 왜 이 도시를 이상향으로 삼으려 했는지 알 것 같다.

돌과 벽돌로 된 아기자기한 마을은 바로 앞에 펼쳐진 발도르치아의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성벽 아래로 저 아래로 가장 토스카나 다운 전원 풍경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진다.

뒤에 보이는 건물이 두오모다.

 

 

 

 

 

 

 

 

여기서 남편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바로 아래의 풍경이다.

 

 

 

 

우리가 피엔자를 찾은 가장 큰 이유, 바로 이 발도차의 전원 풍경이다.(더 많은 풍경은 다음 포스팅에)

 

 

 

 

피자와 파스타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이탈리아에 있는 동안 주로 피자와 파스타로 식사를 때웠다.

피자의 본고장 답게 역시 캐나다에서 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맛있게 먹은 피자가 바로 피엔자에서 먹은 것이다. 좀 근사한 데를 찾을까 하다가 다리도 아프고 해서 그냥 보이는 길가의 소박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서 사실 별 기대도 없었다. 호두가 들어간 것이 좀 특이했을 뿐.토핑도 굉장히 간단했다.

그런데 한 입 먹는 순간 쫄깃한 베이스에 고소하고 부드러운 치즈에...지금까지 먹어본 그 어느 피자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이번 유럽에서 묵었던 곳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숙소 Agriturismo Podere San Gregorio.

토스카나 농장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일종의 팜스테이 숙소다.

가격도 피엔자가 작은 도시인데도 숙소가 꽤 비싼 편인데 비해 여긴 70유로(더블룸)로 비교적 저렴했다.

 

 

 

 

 

 

 

 

컨트리 스타일의 룸은 정말 농가에 온 듯한 분위기다. 소박하지만 청결하고 편안하다.

위에 보이는 체스트 서랍속 에 들어 있는 컵과 접시들도 모두 세심하게 고른 예쁜 그릇들로, 자신의 집에 온 손님을 대접하는 마음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배스킷에는 아침에 먹을 빵과 비스킷, 잼 등이 있다. 저녁 때 와인도 한 잔 씩 대접 받았고 유럽에서 쥬스나 마실 물(그것도 큰 병에 든)을 무료로 제공한 집은 이 집이 유일하다.

 

 

 

 

 

더 감동한 것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 

햇살도 기분 좋은 파티오에 앉아 배스킷에 준비된 아침을 넉고 있는데 맘씨 좋게 생긴 주인 아저씨 루치아노가 와인 한병과 직접 만든 치즈, 베이컨 저림 등 안주까지 잔뜩 들고와서 주는 거였다. 아침부터 와인이라니...역시 이탈리아인들^^

농장을 운영하는 이들이 직접 재배한 것들인 듯. 어차피 여행자들이니 아침이라고 와인을 사양할 필요가 없지. 처음으로 아침에 와인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비록 치즈는 직접 만든 거라 그런지 향이 너무 강해, 치즈를 좋아하는 나도 입에 대기 힘들었지만.

영어를 못하는 루치아노 부부와 이탈리어를 못하는 우리는 거의 바디랭귀지로  소통했지만, 이들의 따뜻한 마음씨는 고스란히 전해졌다.

 

내가 사랑하는 토스카나의 아름다운 마을 피엔자는 자연과 사람이 모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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