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에사 Resciesa/Raschötz 에서 오들레 Odle 산군을 보며 Val di Funes까지 걷는 하이킹에 나섰다. 이 트레일은 레시에사(2,200m) - 리퓨지오 브로글레스 Rifugio Brogles(2,054m) - 리퓨지오 오들레 RifugioOdle (1,996m) 까지 걷고 라누이 Ranui (1,350m)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루트.
돌로미티 첫 여행에서 레시에사에 다녀온 후 오들레 산군을 따라 걷는 트레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 꿈을 이루었다.15km(one way) 거리의 트레일이지만, 우리는 레시에사정상까지 올라갔다가 트레일을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날 걸은 거리는 총 17km에 달한다.
35번을 따라 이어지는 트레일은 전반적으로 힘들지않고 경사도 거의 없이 평이하다. 그러나 Puez-Odle Nature Park의 일부로, Val Gardena 와 Val de Funes 두 계곡 사이에 위치한 레시에사 고원을 완전히 가로질러 가야 하므로 거리가 길다.
트레일을 걷는 동안 세체다 Seceda의 깎아지른 산 아래, '악마의 발톱'이라 불리는 장관이 이어진다. 브로글레스를 지나면 아돌프 뭉켈 Adolf-Munkel트레일이 이어지고, 그 길 위에 오들레의 뾰족뾰족한 고산 봉우리들이 빚어내는 천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Odle'는 이 지역 고유어인 라딘어로 'needles' 란 의미. 바늘처럼 솟은 바위들의 모양이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오르티세이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2100m의 레시에사에 오른다. 1950년대에 처음 체어 리프트가 생겼으며 2010년 푸니쿨라가 건설됐다
푸니쿨라에서 내려 바로 트레일로 가는 길이 있지만, 우리는 정상의 전망을 보기 위해 올라갔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언덕 위에 서있는 리퓨지오 레시에사 Refugio Resciesa.
고산들과 푸른 고원으로 둘러싸인 언덕 한가운데 그림 처럼 서있는 하얀 성당 Capella Santa Croce Resciesa
바위틈에서 잘 자라는 작은 꽃들이 반갑다.
십자가가 있는 레시에사의 정상(2,281m).
여기서 Sassolungo(3,181m), Sella(3,151m), Odle(3,025m) 등 3000m 이상의 고산들과 돌로미티의 최고봉 마르몰라다(3,343m) 까지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사소룽고의 가장 아름다운 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구름 때문에 많이 가려져서 살짝 아쉽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의 뷰포인트 Forcella di Valluzza (2,107 m). 발 아래로 초원 위 발 가르데나의 그림같은 마을들이 보인다.
35번 트레일을 따라 알파인 메도우를 걷기 시작한다. 여름이면 드넓은 레시에사 메도우는 낮은 곳으로 부터 이동한 소와 말들의 방목지가 된다. .
세체다와 오들레 봉우리들의 바로 아래 브로글레스 패스를 지나며 산봉우리들이 할퀼듯이 날카로운 위용을 드러내며 서있다. 왜 '악마의 발톱'이라 불리는지 이해가 간다.
드디어 바로 앞에 알파인 메도우 한가운데 자리잡은 리뷰지오 말가 브로글레스가 보인다. 이 일대의 유일한 산장이자 레스토랑인 이곳은 레시에사에서 또는 아돌프 뭉켈의 반대쪽에서부터 걸어오는 하이커들의 쉼터이자 목적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유일한 산장이 하필 공사로 문을 닫아 점심 먹을 데가 없어져 버렸다. 표지판을 보니,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인 다음 리퓨지오까지 1시간을 더 걸어야 한다. 다행히 집에서 챙겨온 초컬릿, 과일 등이 있어 먹으며 잠깐 쉬었다가 다시 걸었다. 그래서 산행에서는 간식이 필수다.
리퓨지오를 지나면서 아돌프 뭉켈 트레일을 따라 오들레 산 아래를 걷는다.
오들레 산군이 계속되면서 더 크고 뾰족해 진 봉우리들이 시야를 압도한다. 오들레의 최고봉 Sas Rigais(3025m) 아래로 난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바위길로 바뀐다.
바위길을 내려가니 드디어 푸르른 알파인 메도우가 불쑥 나타난다. 하늘을 가렸던 짙은 구름은 사라지고, 초원 위에 파란 하늘로 쭉쭉 뻗어있는 붕우리들이 환상적이다. 우리가 일부러 이곳까지 먼 길을 걸어온 이유다. 배고픈 것도 잊은 채 눈앞에 펼쳐지는 천상의 풍경을 즐겨본다.
처음 왔을 때 점심을 먹었던 최고 전망의 리퓨지오(왼쪽)는 문을 닫았다. 이번에 간 곳은 리퓨지오 오들레 Rifugio Odle / Geisleralm.
이곳 역시 패티오에서 오들레의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 장식들도 독특하다.
점심도 못먹고 10km 넘게 걸은 후의 맥주 한잔이 꿀맛이다. 데코레이션도 예쁜 리조토와 오믈렛.
떠나기 아쉬운 풍경을 한번 더 눈에 담은 뒤 버스를 타기 위해 라우니 마을까지 약 1시간을 더 걸어 내려갔다. 산타 마달레나와 가까운 이 마을의 작은 성당 산 지오바니는 처음 왔을 때 들렀던 곳. 시간이 있으면 한번 더 보려 했는데, 막차 버스를 놓칠까봐 서둘러 버스를 타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