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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Switzerland

융프라우요흐에서 빙하 위 트레킹 <알프스 여행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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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 지역에 간 여행자들이 반드시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융프라우요흐 Jungfraujoch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관광지 같을 거라는 선입견으로 그냥 패스할까 잠시 생각도 해봤는데, 융프라우에 가서 융프라우요흐를 못 보고 왔다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융프라우요흐는 일대의 3대 준봉인 융프라우, 묀치, 아이거 중에서도 가장 높은 융프라우(4,158m)와 묀치(4,107m)를 바로 가까운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독일어로 '젊은(jung) 여성(frau)'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융프라우는 이름 그대로 산세가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닌다. 3,454m의 높이에 삼각추처럼 뽀쪽하게 솟은 암벽 위에 위치한 융프라우역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으로, 'Top of Europe'으로 불린다. 


융프라우요흐는 아무 때나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열차 요금도 워낙 비싸지만, 경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날씨다. 융프라우요흐가 구름에 덮였다면 올라갈 이유가 없으니 맑은 하늘은 필수다. (구체적인 내용은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

우리도 처음 도착해 며칠간 날씨가 흐려 계속 날씨를 체크하며 기다렸다. 천만다행으로, 융프라우를 떠나기 이틀 전 날 아침 라이브캠(LiveCam)에 처음으로 파란 하늘과 융프라우 산이 뚜렷이 보였다. 서둘러 아침일찍 벵겐 Wengen 기차역으로 달려가 클라이네 샤이덱 Kleine Scheidegg역을 거쳐, 융프라우 역 마지막 기차역인 아이거글래처 Eigergletscher 역에서 융프라우요흐 행 열차에 올랐다. 




벵겐에서 클라이네 샤이덱 행 기차를 타고 융프라우요흐로 출발!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융프라우요흐를 향해 달리는 기차. 


3,454m의 높은 곳까지 철도를 놓겠다는 '미친' 생각을 한 사람은 스위스의 엔지니어 아돌프 구에르 첼러. '철도의 왕'이라 불리는 그는 아이거와 묀치의 암벽을 뜷어 융프라우 정상까지 톱니바퀴 철도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1896년 건설이 시작됐으나 첼러는 2년 뒤에 폐렴으로 사망하고 후손들이 공사를 완성했다고 한다. 또 공사에는 약 100명의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투입됐으며 공사중 화약폭발로 인한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사망하는 불행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고 재정난으로 2년간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16년 만인 1912년 8월 드디어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이 탄생하게 된다. 지금 세계의 수 많은 여행자들이 융프라우요흐를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것도 이들의 꿈과 희생 덕분이다. 





융프라우요흐행 기차는 마지막 구간에는 오랫동안 터널을 지난다. 아이거글래처 역에서 융프라우요흐역까지 가는 도중 Eismeer 역(3,160m)에서 한 번 쉰다. 기차에서 내려 뷰 포인트 창을 통해 빙하를 감상할 수 있다. 

 



뷰포인트 창으로 바라본 빙하의 장관.





융프라우요흐 기차역에 도착하면 더 높은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단 27초 만에 3,571m 높이의 스핑크스 테라스에 데려다준다. 이곳이 바로 Top of Europe이다. 





건물 안의 창을 통해 또는 테라스로 나가면 알레치 Aletsch 빙하와 맑은 날에는 프랑스, 독일의 산들까지 보이는 360도 파노라믹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지붕에는 천문관측 돔이 설치돼 있다. 





얼음 궁전의 통로에는 여러가지 얼음 조각들이 전시돼 있다. 이 얼음궁전은 1934년에 생긴 것이라니 놀랍다. 두 산악 가이드가 빙하 속을 쪼아서 동굴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플라토 지대로 나가면 만년설을 밟으며 융프라우 산과 빙하의 환상적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날씨가 맑아 그 자태를 환히 드러낸 융프라우 산이 마치 뒷산 처럼 가까이 보인다. 

산을 배경으로 스위스 국기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다. 남편도 줄을 서서 결국 인증샷 한 장~






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알레치 방하와 주변 산 들의 장관이 한 눈에 펼쳐진다. 길이 22km로 알프스에서 가장 긴 빙하라고 한다. 







융프라우 요흐에서 묀치요흐 헛 Mönchsjoch Hut (3,658m)까지 빙하 위를 걷는 트레일에 도전했다. 

처음엔 알프스 준봉들을 보며 만년셜 위를 걷는다는 흥분과 몇 십년 만에 하얗게 싸인 폭신한 눈을 걷는 재미에 빠져 잠시 걸어보려 시작했다. 그런데 걷다가 표지판을 보니 1시간 걸린다고 돼있다. 

고산지대라 조금만 걸어도 헉헉 숨이 차고, 나중엔 고산증세 때문에 머리도 아파온다. 눈길 오르막이라 1시간은 어림도 없다.






걷는 도중 군데군데 빙하가 큰 소리를 내며 녹아 떨어져 내리는 것을 봤다. 올 여름 세계적으로 더운 기온이 여기 빙하에도 영향을 미치는 듯...





빙하의 장관을 보며 힘을 내서 포기하지 않고 걸었더니. 드디어 앞에 hut 건물이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산장이다. 

이곳은 융프라우, 묀치 등 알프스 준봉 등을 등정하는 산악인들의 숙소로 이용되고 여름에는 카페도 운영된다. 





고산증상이 심해져 우선 산장 안의 카페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면서 점심을 먹었다. 

소시지와 수프를 먹은 후 마신 커피가 이 집의 걸작이다. 내가 이번 알프스에서 마셔본 것 중 가장 크기도 하고 가장 맛있었던 라테. 

손에 들고 있는 사발에 담긴 것이 커피 잔이다. 유럽의 커피는 너무 작아 감질나곤 했는데 한 사발이 나와 깜짝 놀랐다. 

힘들게 걸어온 트레커들을 위한 선물인 듯, 이거 한 사발 마시고 나니 신기하게도 고산증세가 싹 사라졌다. 





산의 산장이니 만큼 당연히 음식이 귀하고 값은 비싸다. 

스페셜 런치 소시지라고 해서 시켜봤더니 조그만 소시지 하나가 달랑 나왔다. 보기보다 맛은 고소하다. 







다시 빙하 위를 걸어서 융프라우요흐로 돌아왔다. 내려오는 길이라 그런지 올라갈 때 보다 훨씬 빠르고 힘도 덜든다.

스핑크스 옆으로 정상이 구름에 덮인 융프리우가 보인다. 산 중 날씨는 변화가 빨라, 아침엔 그리 쾌청하던 융프라우가 구름으로 잔뜩 뒤덮였다. 아침 일찍 서두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노우 투브, zip line 등 한 여름의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오전 보다 부쩍 늘었다. 





내려올 땐 융프라우요흐 역에서 사람도 많은데다 기차에 이상이 생겨 거의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실내의 답답한 역안에서 서서 기다리며 기진맥진 하다가 간신히 열차를 타고 바로 다음 역인 아이거글래처에서 내렸더니, 우선 그 신선한 공기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한다.

기차의 사람들이 유일하게 여기서 내린 승객인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준다. 여기서 부터 Eiger Walk을 거쳐 숙소가 있는 뱅겐까지 거의 6시간에 걸친 하이킹이 시작된다. 융프라우 눈길 걸은 것까지 해서 알프스를 통털어 가장 많이 걸은 날이다.  


이 트레일에 대해서는 지난 번 포스팅 <알프스-여행3> 참조 






**융프라우요흐 TIP


-숙소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인터라켄 Ost역에서 융프리우요흐로 가는 산악열차를 타게 된다. 기차는 라우터브루넨, 뱅겐을 거치거나 그린델발트를 거쳐 클라이네샤이덱에 도착, 이곳에서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기차 Jungfraubahn으로 갈아 탄다. 


기차요금은 인터라켄 Ost역 출발 왕복  1인당 235CHF(약 27만원,6~8월)으로, 꽤 비싸다. 여기에 융프라우 패스, 스위스 패스, Half-fare Card 그리고 유레일 패스 등 패스 종류에 따라 25~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 Good Morning / Good Afternoon Pass 를 구입하면 145CHF(약 17만원)로 할인 된다. 이 패스는 아침 일찍과 오후 늦게 정해진 시간까지 출발하고 떠나야 하지만, 패스가 없는 사람들이 경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는 융프라우 패스를 구입했기 때문에  뱅겐~마지막 기차역인 전인 아이거글래처 역까지는 포함돼 있고, 여기서 융프라우까지 50% 할인 가격인  1인당 왕복 69CHF만을 지불했다. 


-융프라우요흐로 올라갈 때는 날씨 체크가 필수다. 산중 날씨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일기 예보만 믿어서도 안된다. 며칠 묵을 예정이라면, 가장 좋은 방법은 라이브캠으로 매일 날씨 상태를 확인하는 것. 융프라우요흐 철도 웹사이트 jungfraujoch.ch에서 융프라우 각 지역의 날씨를 실시간 체크할 수 있다. 우리도 매일 아침 각 지역 라이브캠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그 날의 루트를 결정했다. 그러나 7~8월 인파가 몰리는 시기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선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운에 맡기는 수 밖에...


-정상은 매우 춥고 바람도 많이 분다. 안에서만 있을 것이 아니라면, 따뜻힌 겨울 옷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걸으려면 장갑과 선글라스도 꼭 챙겨야 한다. 


-고도 2,000m 이상에서는 고산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데, 3,454m이니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증상을 겪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시간 동안은 문제가 없으나 눈길 트레일을 걷는 경우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므로 증세가 심해진다. 증상이 있으면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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