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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ba

600년 된 선인장 보러갔다 만난 쿠바인 알프레도 - 바라데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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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바라데로 시가지는 해변을 따라 동서로 길게 뻗어 있어 주요 도로가 하나 밖에 없다. 나처럼 방향감각이 없는 사람도 버스 타고 두 번 가 보니 대충 지리가 파악될 정도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해변의 거의 서쪽 끝. 더블데커 버스를 타고 이번엔 동쪽 끝까지 돌아보았다.

 버스 2층은 완전 full. 날씨가 좋은 날은 해변이 북적거리고, 날씨가 덜 좋으면 대신 시내로 나가는 관광객들이 많아 버스가 붐빈다.

 

한참 달리니 바라데로골프장이 보인다. 이 골프장은 쿠바의 유일한 정식 18홀 골프장이다.

 바라데로골프장 옆 언덕 위에 툭 트인 카리브해를 향해 서있는 저택 '제나두 맨션'은 미국 재벌 듀퐁가 별장이라고 한다.

아메리카 플라자. 레스토랑과 의류 상점 등이 있다. 판매하는 제품도 별로 없지만 바라데로에 워낙 상가가 없어서 그런지 관광객들이 상당히 많이 찾는 곳이다. 

귀여운 코코 택시들이 여기도 있네~ 플라자에서 나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듯.

상가 벽면을 장식한 체 게바라. 나중에 아바나에서 보니 쿠바에서 체 게바라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빌딩이나 상가의 벽면에는 그의 초상화가 여기저기 새겨져 있고 모자, 티셔츠, 장신구, 엽서, 책 할 것 없이 이 나라 제일의 관광상품을 장식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의사이자 작가, 게릴라 지도자로 1956년 12월 카스트로가 이끄는 혁명가들과 함께 <그란마>호를 타고 쿠바에 상륙, 바티스타 친미 정권을 몰아내고 공산 혁명을 이끈 혁명가 체 게바라는 이 나라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영웅이다.
한 때 세계적으로 <체 게바라 열풍>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던 장본인. 정부의 고위직을 버리고 또 다른 혁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수하고 진정한 혁명가'라는 점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 추앙받는 것이 아닐까.


상가 안 레스토랑 앞에서 악사들이 쿠바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관광객들 대다수가 캐나다인들이다 보니 아예 기타에 캐나다기를 붙여놓았다.

 상가 앞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600년이나 됐다는 거대한 선인장. 바닷가 숲속에 있어 어렵게 찾아갔으나, 막상 가보니 꼭 보아야 할 만큼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선인장 보다는, 너무도 친절한 쿠바인과의 만남이 더 소중한 기억이다.

 

오래된 선인장이 있다는 것을 책자에서 보고 찾아갔으나, 정확한 정보 없이 나선 길에서 해메고 있을 때 만난 사람이 알프레도 였다.

선인장도 안보이고 사람 없는 한적한 곳에서 마침 지나가던 쿠바인에게 위치를 물었다. 남편과 난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고 그는 영어를 거의 못해 뭐라고 열심히 설명하는데 알 수가 없었다. 바디 랭귀지로 대충 알아듣고 가려는데, 그가 안내해 주겠다며 따라 오란다. 

 "조오기..."하며 손짓 하길래 우린 바로 앞인지 알았더니 계속 걷는다. 날도 뜨겁고 미안해서 이제 괜찮다고  해도 조금만 가면 된다며 계속 간다. 그러기를 무려 30분 넘게 걸어가더니~~ 저기라고 손짓한다. 선인장 앞에서 우선 기념으로 같이 한장 찍고~

선인장이 숲속에 있어서 찾기 힘들었는데, 나와 보니 해변이 바로 앞이다. 그 뙤약볕에 자진해서 안내해준 것이 너무 고마워 약간의 사례를 했으나 알프레도는 사양했다. 그대신 7살난 딸이 있는데 캐나다 돌아가면 헌 옷을 좀 보내줄 수 있는지 물었다. 공산품이 워낙 귀한 쿠바는 옷값도 엄청 비싸 딸에게 옷을 사주기도 힘든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예쁜 소라 두 개를 바라데로 방문 기념 선물이라며 우리에게 주었다.

우린 옷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고 그가 뭔가 댓가를 바라고 호의를 베풀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사실 알프레도 뿐 아니라  쿠바인들은 기본적으로 너무나 친절하고 순박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나중에도 여러 번 경험했다.

알프레도가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열심히 적어주고 있다. 옆의 청년은 그의 친구로 해변에서 만났다.

돌아와서 아이 옷을 수소문했다. 우리 주변엔 아이가 없어 어디서 찾나 하다가, 내가 근무하던 직장의 매니저가 어린 딸이 있어 물어보았다. 다행히 원래 동생 생길 때를 대비해 보관했는데, 이젠 필요 없다며 흔쾌히 한 보따리를 가져다 주었다. 거기에 어른 옷도 좀 추가해 소포를 보냈다. 쿠바 시스템을 모르니까 제대로 잘 전달될까, 옷이 그렇게 귀하다는데 중간에 사라지는 건 아닐까 사실 좀 걱정됐다.

그런데 도착 예정인 6주도 안돼서 알프레도가 고맙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딸이 너무나 좋아한다며 자기가 이혼하는 바람에 딸이 슬퍼했는데 예쁜 옷을 받고 기뻐했다는 거다. 마음이 찡했다. 그 전에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이메일 어카운트를 살 돈이 없어 답장이 늦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쿠바에서는 이메일도 유지하는 데도 돈이 들어가는 듯.

쿠바에 해마다 가는 캐나다인들은 쿠바에 옷이 귀한 것을 아니까 갈 때 안입는 옷들을 챙겨가서 주곤 한다고. 쿠바 여행갈 땐 옷을 선물로 가져가 도움을 받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좋을 듯. 옷이 아니더라도 비누나 샴푸, 쵸컬릿과 캔디 같은 것도 귀하니 가져가면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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