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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da /Vancouver Island

와인 대신 사과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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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빅토리아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늘은 연일 투명하고 햇살은 여름날처럼 따뜻하다.

바쁜 일도 끝나고 모처럼 한가한 날, 오랫만에 밴쿠버섬의 와인 메카 카위천(Cowichan)지역을 찾았다. 그러나 오늘의 목적지는 와이너리(winery)가 아닌 사이더리(cidery), 즉 사과주를 만드는 사과 농장이다.

 

 

 

 

빅토리아에서 하이웨이 1번을 타고 북쪽으로 30분 정도 말라핫 고개를 올라가면 카위천 지역 입구 사인이 보인다. 카위천은 원주민 말로 'warmland'라는 뜻이며, 이름 그대로 캐나다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이다. 연중 평균 기온이 캐나다에서 제일 높고 겨울에도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는 와인 재배에 적합해 15곳의 포도밭(vineyard)과 와이너리가 이곳에 모여 있다.

 

매년 9월 이곳에서는 와인과 음식 페스티벌이 열린다. 우리가 갔던 20일에는 축제가 이미 끝났을 때였는데, 아직도 안내가 붙어 있다.

 

 

 

카위천 입구 사인을 지나 10km 쯤 더 간 뒤 시골길로 접어들면 사과주 양조장 메리데일 사이더리(Merridale Cidery)가 나온다.

와인 제조하는 곳이 와이너리이듯, 사이더 만드는 곳은 사이더리라 부른다.

사이더(cider)는 '칠성사이다'의 사이다와는 전혀 다르다. '과일로 만든 발효주'를 말하지만 주로 사과로 만들어서인지 '애플 와인'이라고도 불린다.

 

 

 

 

과수원에 들어서니 사과 나무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제 철을 만난 사과가주렁주렁 매달려 잘 익어가고 있었다. 과수원은 20에이커에 이르며 각 사과 나무는 최장 50년 동안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그런데 대개 사과 알이 굉장히 작다.  떨어진 사과를 한 입 맛본 남편이 맛이 떫고 쓰다며 얼른 뱉어버린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사과는 전통 사이더 재배 지역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재배해 온 양조용 사과라 크기도 작고 맛도 시어서 그냥 먹을 수 없다.

 

 

 

 

 

 

 

 

 

 

군데군데 이렇게 알이 큰 사과도 있다. 빠알갔게 익어가는 사과가 탐스럽다.

영국의 서머셋이나 프랑스 노르망디, 브리트니 등 전통 사이더 농장 지역과 비슷한 이 지역의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사과 재배에 성공했다.

 

 

 

 

이 건물은 사과를 발효시켜 술을 만드는 양조장.

 

 

 

 

 

 

양조장 안으로 들어가니 사이더를 저장해둔 커다란 오크 통들과 양조 처리를 하는 여러가지 장비들이 보인다.

 

 

 

 

사이더 테이스팅 룸(Tasting Room)과 비스트로(Bistro)가 있는 건물.

 

 

 

 

실내에서는 각종 사과주들과 글라스, 접시 들을 진열, 판매한다.

 

 

 

 

방문객들이 사이더 테이스팅을 하고 있다. 한쪽에는 베이커리와 스파까지 있다.

 

 

 

 

나도 맛과 알코올 도수가 다른 여섯 가지의 사이더를 테이스팅해보았다. 아무래도 오래 숙성시킨 와인보다는 깊은 맛이 덜해 약간 가벼운 느낌이랄까. 그러나 과일향이 살짝 맴도는 상큼한 맛은 와인과는 또 다른 새로운 맛이다. 알코올 도수는 6% 정도의 약한 것에서 부터 20%가 넘는 브랜디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시음을 끝내고 점심을 먹으러 바로 옆 비스트로로 갔다. 창 가에 앉으니 사과 나무가 바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어 농장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고기와 샐러드, 치즈 등이 두루 나오는 Platter는 생각 보다 양이 적었으나 가운데 있는 새콤달콤한 피클이 맛있었다. 크랜베리 등 세가지 베리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고 한다. 함께 시킨 파자 맛이 일품이었다. 이 집에서 생산된 사이더를 한 잔 곁들이니 음식 맛이 더욱 좋은 것 같았다.

 

 

 

 

테이스팅 결과, 알코올 도수가 6도로 가장 약하고 과일 향이 많이 나 술을 잘 못하는 남편도 맘에 들어한 Merry Berry를 골라, 친구 것과 우리 것 두 병을 샀다.

 

 

 

 

과수원 주변을 따라 조성된 트레일이 있어 식사 후 산책에 나섰다.  밖에서 바라 본 비스트로 건물.

 

 

 

 

오솔길은 낙엽으로 덮여 어느새 가을색이 완연하다.

 

 

 

 

 

 

빅토리아에선 거의 시즌이 끝나가는 블랙베리도 여기선 아직 한창이다. 우리가 사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BC주) 남서부 일대에는 어디를 가도 야생 블랙베리가 지천에 널려있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딸 수 있다.

그 좋다는 복분자의 원료 블랙베리~~우리도 매년 블랙베리를 따다가 술을 담갔는데, 올해는 어쩌다 보니 따지도 못하고 여름이 가버렸다.

아쉽지만 내년까지 기다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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